"한반도 통일을 지원해드리는 게 의무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은 한반도 통일의 모델이다."(박근혜 대통령)
여성 지도자로서 14년간의 친분을 유지해온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방위적 통일 협력 파트너로 의기투합했다.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이어 100여명의 한국 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면적인 협력 체계를 다지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Glücksfall)"이라며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공감했다. 옛 서독 함부르크에 태어나 곧바로 부친을 따라 동독으로 이주해 성장했던 메르켈 총리는 "대박이란 말에는 나의 느낌도 반영하고 있는데, 저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장도 통일을 통해 이뤄졌다는 얘기다. 1989년 동독정당인 '민주약진'에 가입해 정치계에 입문한 메르켈 총리는 통일 뒤 민주약진과 기민당의 합당으로 기민당에서 활동하며 당수까지 올랐다. 메르켈 총리는 "구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25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모든 사건들이 1,700만 구 동독 주민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박대통령도 "한국과 독일은 냉전 당시 분단이란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통일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워보고 독일 통일의 경험·지식을 참고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이 같은 통일 협력 의지를 담아 양국간 사회·경제통합 및 국제협력 등 각 분야별로 다면적 통일협력체계를 구축해 독일 통일 경험을 공유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우선 기존 한독 통일 자문위 활동을 내실화하는 한편, 양국 재무당국 및 경제정책 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통일재원 조달 문제 등을 연구하고 외교당국간에도 통일외교 정책자문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DMZ의 보존 및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과거 동서독 접경지역 보존 경험도 공유키로 했다.
한국 첫 여성 대통령과 독일 첫 여성 총리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정상은 보수정당 대표 경험에다 야당 대표로서 위기를 맞은 당을 구해낸 점 등 비슷한 면모가 적잖다. 각각 전자공학(박 대통령)과 물리학(메르켈)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란 점도 공통분모다. 여기에 '통일'의 공감대도 덧붙여지게 됐다.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만남은 다섯 번째다. 2000년 10월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위원으로 독일 방문 당시 야당인 기민당 당수이던 메르켈 총리와 첫 만남을 가진 이래 친분을 유지해왔고, 지난해 가장 친한 해외 정치인으로 메르켈 총리를 꼽았다. 한반도 통일 이슈의 국제화를 노리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명실상부한 원군(援軍)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다.
베를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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