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검정 교과서를 내는 출판사들에 처음으로 가격조정 명령을 내려 교과서 가격을 평균 4,493~5,560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출판사 93곳은 이에 반발해 추가발행을 중단하고, 가격조정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27일 교육부의 가격조정 명령에 따라 초등 3~4학년 34개 교과서 가격은 평균 4,493원, 고교 전 학년 99개 교과서는 5,560원으로 낮춰졌다. 출판사가 냈던 희망가격(초등 평균 6,891원, 고등 9,991원)과 비교해 각각 34.8%, 44.4% 인하됐다. 조재익 교육부 교과서기획과장은 "그래도 2013학년도 교과서와 비교하면 평균 19.5% 인상된 가격"이라며 "출판사들이 요구했던 개발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외부 회계법인 두 곳이 조사한 단가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명령한 가격에는 인건비, 개발비, 교사를 위한 멀티미디어 자료 개발운영비 등 제작 단가 인상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 체감하는 인하폭은 훨씬 크다는 게 출판사들의 항변이다.
교육부가 발행부수가 많은 교과서에 더 큰 인하율을 적용한 것도 출판사들에게는 큰 짐이다. 미술서적 전문인 미진사의 김현표 대표는 "주문부수가 18만부인 '미술창작'은 우리가 낸 희망가격 1만1,5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4,120원으로 권고가가 책정된 반면, 40부가 채택된 '평면조형'은 희망가격 1만1,000원이 그대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김인호 금성출판사 대표는 "주문부수가 많은 교과서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데 거기서 60~70%를 깎으라고 하니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출판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가격 자율화 정책 도입 후 제작 단가가 비싸졌는데, 현 정부가 갑자기 시행령을 고쳐 강제로 가격을 내리라고 소급 적용하는 바람에 업체들만 손해를 뒤집어쓰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현재 우리나라 교과서 가격은 공책이나 EBS 수능 교재보다도 싼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EBS가 내는 '사회탐구영역 한국사' 교재는 294쪽에 2도(두 가지 색) 인쇄를 쓰고 6,500원을 받는 반면, 400쪽에 컬러로 발생되는 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5,286원(교육부 2차 권고가격 기준)으로 더 싸다. 노중일 비상교육 미래전략실장은 "수능 연계로 학교에서 교과서처럼 쓰이는 EBS는 발행부수가 25만권으로 교과서의 6만1,000여권보다 훨씬 많고 독점 출판에 광고까지 싣는데, 이보다 더 질이 좋은 교과서는 훨씬 가격이 낮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가격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인하폭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교과서의 경우, 규정에 따라 한달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고 추후 가격조정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명령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출판사들이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1년 이내 검정합격 취소, 발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가격 상한제 등을 검토해 오는 8월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쓰일 교과서는 이미 학생들에게 지급된 상태지만 책을 잃어버리거나 전학 가는 학생들은 시중에서 교과서를 구할 수 없어 당분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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