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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3월 28일] 정당의 수명

입력
2014.03.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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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 정치사에서 수많은 정당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금세 사라지곤 했다. 미군정시절인 1946년에는 등록된 정당 수가 무려 344개에 달할 정도였다. 이후 박정희 정권 때 공화당이 17년, 신민당이 13년간 간판을 유지한 게 그나마 오래 명맥을 유지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에는 15년 만에 문을 닫은 한나라당이 가장 오래간 편이다. 200년에 달하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100년이 넘는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역사에 비하면 너무 짧다.

■ 재미있는 것은 여당은 집권용, 야당은 선거용으로 신장개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은 모두 대통령 취임과 함께 창당됐다가 퇴임 때 사라졌다. 대통령이 통치기반을 굳건히 하기 위해 신당을 앞세운 것이다. 야권은 선거전략 차원에서 창당을 거듭했다. 새천년민주당은 16대 총선, 대통합민주신당은 17대 대선,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겨냥해 문을 열었지만 모두 다음 선거가 돌아오는 시점에 문을 닫았다.

■ 우리 정당의 수명이 짧은 것은 그만큼 정치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개혁 등 내용물의 변화 없이 '포장지 바꾸기'로 환심을 사려다 보니 무의미한 신당 창당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체제'를 위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개명한 여당도 이제 두 돌이 지났을 뿐이다. 26일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도 전신인 민주당은 이전의 민주통합당에서 당명을 개정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간판을 내린 셈이다.

■ 새민련의 공동대표에 오른 안철수 의원은 올해 초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하면서 의욕적으로 새정치연합 창당을 주도했다. 그러나 37일 만에 창당 계획을 접고 새정치를 기치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택했다. 새민련도 정치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안 의원이 강조하는 새정치 구현에 꾸준히 매진할 경우 선거 승리는 물론 100년 정당의 기틀도 마련할 수 있다. 새민련 간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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