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5)씨는 해가 갈수록 달고 다니는 병명이 늘어나고 있다. 당뇨 탓에 음식조절을 한 지 몇 년째인데, 최근엔 소변 보는 게 영 불편하다. 수전증이 심해지면서 집중력도 떨어졌다. 시의원을 지낼 만큼 대외활동도 왕성했고, 매주 산행을 다녀 건강에 자신이 있었건만 점점 더 몸이 맘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담배도 끊고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니지만 일상생활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0세를 넘어섰지만, 일생 중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은 65년 남짓이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지만 병치레 기간이 20년 가까이 되는 반면 남성은 10년 남짓에 그쳐 건강 기대수명은 남녀가 비슷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2년생의 기대수명은 남자 77.9년, 여자 84.6년으로 6.7년의 차이가 났다. 그러나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아픈 기간(유병기간)을 제외한 '건강 기대수명'은 남자 65.2년, 여자 66.7년이라 그 격차가 1.5년으로 줄었다.
다른 연령대도 비슷했다. 예컨대 현재 60세의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5년 가량을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되지만, 남자는 앞으로 8.9년을, 여자는 13.2년을 몸이 아픈 상태로 살아야 한다. 수명의 양(나이)은 여자가, 삶의 질(건강)은 남자가 우위에 있는 셈이다.
남자들은 건강을 자신하는 경향도 강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는 기간을 감안한 주관적 건강 기대수명은 85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길게(0.2~1.3년) 나왔다.
대개 건강에 적신호가 커지는 65세 이상 인구는 2040년 10명당 3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을 15~64세 인구로 나눈 노년부양비도 2013년 16.7명에서 2040년 57.2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난다. 1980년 25.9세였던 전체 인구 평균 연령은 2040년 50세(49.7세)에 육박한다.
2012년 주요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순이었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전년과 비교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남성의 흡연비율은 감소(-3.5%포인트)한 반면 여성은 증가(0.9%포인트)했다. 술을 주 2회 이상 매번 7잔(여자 5잔) 넘게 마시는 고(高)위험음주비율 역시 남성은 0.9%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성은 1.5%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2013년 대학 진학률은 70.7%, 고용률은 59.5%,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9,000원이었다.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0.9% 늘었다. 아파트 전셋값은 6.7%나 올랐다.
절도는 큰 폭으로 증가(전년대비 4.1%)한 반면, 기부는 2년 전보다 감소(-2.3%포인트)했다. 점점 팍팍해지는 세상 인심이 통계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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