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채용 시 나이를 제한할 수 없도록 한 연령차별금지법(연차법)이 시행 5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연령제한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 꼴로 '85년 이후 출생자', 기졸업자를 제외한 '대학교 4학년 졸업예정자' 등으로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연차법 시행 5주년 토론회에서 "기업의 20% 이상이 '응시자격'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 공고에 나이 상한선을 둔 기업은 54.8%(2008년)에서 2009년 연차법 시행 이듬해 19.5%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히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장재섭 인크루트 홍보팀장은 "대기업들도 사원 채용공고에 연령제한을 명시해 연차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크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연령제한을 두는 기업 20%는 연차법 적용 예외 항목(직무 특성에 따른 연령차별 등)에 해당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연령제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나이 차별도 인권차별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연령 차별 예외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차법을 어기면 부과되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 교수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면 벌금보다 과태료를 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주면서도 법 적용이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과태료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소영기자 soso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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