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시선은 아버지보다 멀고 높은 곳을 향했다. 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은 뒤 "독일의 산ㆍ학ㆍ연 3각 협조체제와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강소기업 육성방안을 우리 경제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50년전 서독을 찾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우토반(고속도로)과 제철소를 둘러본 뒤 고속도로 건설 등 한국 경제 산업화의 기초를 다졌다면, 자신은 독일식 '강소기업'을 육성해 창조경제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분야 합의 중 상당부분이 강소기업 육성과 관련돼 있다. 특히 '히든 챔피언 대국'인 독일의 성공경험을 전수받기 위한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한 수행 장관들의 실무작업도 이뤄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과 산업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MOU로 양국은 중소기업 연구ㆍ개발(R&D)을 공동 지원하는 전용기금을 연내 신설하고, 정부 차원의 산업기술협력협의체 회의도 개최하게 됐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FAU)가 지멘스 등 23개 독일 기업과 함께 부산에 산학협력을 위한 FAU 캠퍼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 각서에도 서명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교육훈련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국 실업계 학생의 독일 기업 취업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와 '직업교육훈련분야 협력에 관한 공동의향서(DOI)'를 체결, 우리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독일 파견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연수를 마친 학생들의 주한 독일기업 취업 문호도 넓히기로 했다.
또 한국 중소ㆍ중견 기업인과 독일 강소기업 관계자와의 원활한 정보 교환을 위해 중기중앙회, 외환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주최로 베를린 메리어트 호텔에서 함께 '한독 히든챔피언 컨퍼런스'로 열렸다.
중소ㆍ중견기업을 고리로 독일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는 이번 순방의 수행원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총 109명의 경제사절단 가운데 68%인 71명이 중소ㆍ중견기업인으로 꾸려졌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출 중심의 초일류 강소기업이 경제를 견인하는 독일 경제는 창조경제의 지향점"이라며 "박 대통령 순방은 우리 중소ㆍ중견기업이 독일 성공사례를 체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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