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개발 2010년 도입복잡한 규제 하나씩 개선하는 방식시간 걸리고 이해 중재하다 지쳐오랜 시행착오 끝 획기적 사고 전환왜 개수가 아닌 비용인가하나 줄이고 하나 늘리는 방식약한 규제만 줄고 강한 건 늘어나큰 덩어리 쪼개 일부만 없애기도총량제 대성공, 2배 폐지로 강화폐기할 규제 찾아놔야 신설 쉬워지속적인 개선 효과로 이어져부처들 인식변화가 가장 큰 성과사회 비용 변함없거나 줄기도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규제개혁의 핵심 중 하나가 규제총량제다. 새 규제를 만들려면 기존 규제를 없애는 등 규제의 총량을 억제하는 제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2014년 신년구상'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하지만 규제총량제는 그리 새롭지 않다. 이미 참여정부가 도입했다 실패한 제도다. 당시 총량을 규제의 수로 따진 탓에 부처들이 덩어리 규제를 쪼갠 뒤 일부만 없애는 식으로 저항했다. 얼마든 편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과거의 규제총량제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표현이 '규제총량제'일뿐, 실질적인 내용은 '규제비용총량제'라는 것이다. 규제 총량을 단순한 규제의 개수가 아니라 규제가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으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비용총량제는 영국식 규제총량제의 벤치마킹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더 나은 규제'(Better Regulation)라는 구호 아래 2010년부터 '규제비용총량제(One In, One OutㆍOIOO)'를 운영 중이다. 정부가 기업 및 사회가 비용을 부담하는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할 경우(One In), 새 규제와 비슷한 사회적 비용을 만드는 기존 규제를 개선하거나 없애는(One Out) 것이다.
영국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OIOO'를 만들어냈다. 'OIOO' 도입 전 영국의 규제개혁은 '나쁜 규제'를 하나씩 개선하는 방식이었다. 눈 내리는 날 제설작업처럼 없애면 또 만들어지고 없애면 또 만들어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게다가 규제마다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맞선 탓에 개혁 동력은 점차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고심 끝에 2010년 'OIOO' 도입을 선언했다. "앞으로 기존 규제의 감축 없이는 어떤 새 규제도 도입할 수 없다." 눈이 계속 내리는 상황에서 쌓인 눈만 치워봐야 헛고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OIOO'는 규제개혁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각 부처는 'OIOO 원칙'에 따라 스스로 기존 규제를 개선하거나 없애지 않으면 새 규제를 만들 수 없었다. 자연히 꼭 필요한 규제만 생기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사라졌다.
'OIOO' 대상은 정부 부처가 만든 규제 중 기업과 시민사회에 비용이나 편익이 돌아가는 조치다. 부처에 딸린 산하기관이 만든 규제도 이 제도를 따른다. 왕실 관련 내용 등 일부 예외를 빼고 사실상 대부분의 규제가 'OIOO' 대상인 셈이다. 운영은 영국 정부 산하 규제개혁추진단(BRE)과 규제정책위원회(RPC), 규제완화소위원회(RRC)가 맡는다.
영국에서 규제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규제를 만들고 싶은 A기관은 'OIOO'에 따라 새 규제로 인해 사회에 발생할 비용을 확인하고 동등한 비용을 만드는 기존 규제를 없애야 한다.
구체적으로 A기관은 규제영향평가(IA)를 수행해야 한다. 이 평가는 새 규제가 주변 관계자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절차로, 최종 IA 보고서에는 규제가 기업이나 관련 사회조직에 미래에 부담케 할 비용의 현재가치 등이 담긴다. 정부 산하 기관들은 규제 개발을 지원하고(BRE), 규제를 도입 여부를 심사·결정하고(RPC), 심사를 통과한 여러 규제안을 비용에 따라 취합·조정해 의회에 넘기는(RRC) 역할을 맡는다. 그제서야 A기관의 규제안은 정부 품을 떠나 의회에 맡겨진다.
새 규제가 생겨도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각 부처가 기존 규제를 가능한 빨리 폐지하는 계획을 RRC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부처들은 개선하거나 폐기할 규제를 미리 찾아놔야 새 규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다.
'OIOO'의 장점은 부처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영국 정부는 'OIOO 운영보고서'를 6개월마다 발표하는데 보고서에는 부처별 새 규제와 개선된 규제 수, 규제로 인한 비용이 담긴다. 이 효과로 기업이 부담하던 규제 비용은 지난해 7월 기준 최근 3년 동안 무려 931만 파운드(165억원 가량)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부처가 규제를 다루는 태도가 바뀐 점이다. 각 부처가 규제보다 다른 수단을 찾도록 노력하게 됐고, 새 규제의 비용을 적게 추산하던 버릇도 사라졌다. 당장 비용을 적게 보고하면 나중에 새 규제를 도입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OIOO'는 지난해 1월부터 'OITO(One in, Two Out)'로 강화했다. 새 규제 비용의 두 배에 달하는 誰?규제 부담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규제총량제를 영국식 규제비용총량제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저항이 불 보듯 뻔한 탓이다. 영국도 1999년부터 규제영향평가를 시행했지만 각 부처는 평가를 엉망으로 수행해 무력화시켰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무조정실에 실질적 권한을 주고 규제개혁위원회도 상설화해야 한다"며 "이를 지원할 센터를 만드는 등 인적·물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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