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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28일] 회비를 걷는 것

입력
2014.03.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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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나 밥을 먹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대여섯 명 이상만 모이면 요즘은 회비를 걷는다. 그 자리의 가장 고참선배나 좌장이 술값을 내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든다. 나는 이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먹고 마신 값을 치르는 건 매우 합리적이고 건강한 문화다. 비약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문화가 굳어지면 술자리나 식사를 하는 자리를 통한 청탁 같은 것도 줄어들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베풀면서 그 대가로 무언가를 바라기 십상이고, 또 얻어먹은 사람 역시 그것을 일종의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비 걷는 일에 사람들은 잘 나서지를 않는다. 그것은 즐거운 일도 아니고 명예로운 일고 아니고 일종의 악역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누군가 회비를 걷어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을 때는 내가 나서는 편이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할 때 이상한 쾌감 같은 것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회비를 걷을 때, 예컨대 뻔히 경제적인 사정을 아는, 가난한 후배나 친구에게 회비를 달라고 할 때는 참으로 민망하다. 회비란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일정하게 걷는 것이 원칙인데, 보는 눈들이 많을 때 누굴 따로 봐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풍속이란 아름다운 쪽으로 흐르는 모양이어서 좀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회비를 대신 내주는 경우가 속속 있다. 그러면 회비를 걷는 악역을 맡은 사람의 마음도 훈훈해진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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