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증거로 냈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 문서 3건을 27일 모두 철회했다.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가 법원에 '문서가 위조됐다'고 회신하면서 불거진 위조 의혹을 41일 만에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기존의 증거들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된 핵심 증거가 전부 철회된 만큼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당 문건은 유씨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가 지난해 11~12월 제출한 것으로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유씨 출입경기록, 이 기록 발급 사실을 확인한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 회신,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싼허검사참 명의의 답변서다.
이들 문건은 검찰 증거조작 특별수사팀 수사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문건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외부 협력자 등을 거쳐 위조됐다는 진술과 정황이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 "수사가 진행 중이라 모두 위조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생겨 3건의 문서와 그에 딸린 공문 등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3건의 문서 외에도 보강자료 등까지 포함해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물 36건 가운데 20건이 무더기 철회됐다. 검찰은 변호인측 출입경기록 전산 오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내세우려던 전직 중국 공무원 임모씨의 증인 신청도 함께 철회했다.
검찰은 그러나 기존 증거를 통해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공소 유지는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씨 여동생 가려씨의 진술을 토대로 '유씨가 2006년 5월 도강(渡江)해 밀입북한 뒤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항소심에서 위조 문서 등을 통해 "유씨가 출입국절차를 거쳐 북한으로 갔다"고 주장하다가, 다시 "도강했다"는 1심 주장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검찰은 28일 예정된 공판에서 가려씨의 증거보전재판(진술 등의 증거능력을 확정받기 위해 기소 전에 판사 앞에서 진술하는 절차) 녹취파일과 검찰 조사 영상녹화 CD 등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핵심 증거인 가려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1심의 판단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육성으로 듣는 것과 문서를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려씨의 진술 등은 1심에서 이미 서면으로 제출된 증거인데다 당시 재판부가 "객관적인 증거와 진술이 배척되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죄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유씨측 변호인단은 공판에서 "증거보전재판 자체가 판사의 비공개 결정 없이 진행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는 주장을 할 계획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공개 결정을 하지 않은 채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을 경우 당시 증언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28일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흥준)는 이날 공판에서 기일 연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유씨가 화교 신분을 속이고 탈북자 행세를 한 것에 대해 사기 혐의를 추가한 공소장 변경을 하겠다며 기일을 추가 지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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