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안녕들 하십니까?'인 '니하이하오마?'(你還好嗎)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에선 '니하이하오마?'란 제목을 단 대자보가 잇따르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같은 문구를 담은 댓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등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친중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입법원(국회)과 행정원(정부) 청사를 점거한 뒤 정치 문제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립 대만대와 정치대 등 대만 주요 대학에 최근 '아직 안녕하십니까?''넌 별일 없지?' 등의 뜻을 가진 '니하이하오마?'라는 제목의 대자보들이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런 대자보를 통해 입법원 점거 사태의 본질과 행정원청사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학교측이 대자보를 떼어내고 학생들이 다시 붙이는 등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니하이하오마?'는 인기다. 판티쯔가오서우(繁體字高手)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웨이보(微博ㆍ트위터의 일종)에 "마잉주 총통, 니하이하오마?"라며 "우리가 당신을 뽑은 것은 불공평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 협정을 몰래 추진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글을 올렸다. 일부 연예인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 현상은 대만 대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배경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입법원 점거 농성의 주축 역시 1990년 이후 출생한 20대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다가 '22K'(2만2,000 대만달러·약 77만원)로 표현되는 낮은 평균 초임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 협정은 이들의 고용 불안을 더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결국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중국과의 서비스무역 협정이 철회될 때까지 수업을 거부하고 입법원을 계속 점거한 채 마 총통 퇴진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사진)을 계속 올리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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