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까지 우리나라의 인재 육성은 산업체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양적인 성장과 취업률 등의 가시적인 성과지표로만 이루어져 왔다. 그렇기에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대학의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부가 최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특성화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기대가 크다. 개혁적 교육 시스템과 구조적 혁신을 전제로 하기에 성과를 위한 충분한 조건과 방향이 제시되었다고 여겨진다.
산업체 수요와는 무관한 20세기 교육 패러다임을 유지하려는 대학의 백화점식 학과 운영은 학령 인구의 감소와 급변하는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강력한 자율적 구조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방안의 한 축이라 할 것이다.
또 산업체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하면서 산업 현장의 직무 수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기존 교육과정의 틀을 허물고 NCS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것도 주목된다. 이는 산업 현장과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졸업과 동시에 산업 현장에 투입되었을 경우 재교육 없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산업체의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수업 연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평생학습시대의 교육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본다. 산업체 재직자의 직무 향상을 위한 융복합 교육프로그램은 산업 현장의 다양한 직무구조에 능동적이고 복합적으로 대처할 인력 양성의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혁신적인 교육생산 시스템과 직무 수행 능력이 우수한 인력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고용과 생산성 증대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가장 확실한 체질개선이라고 본다. 그 동안 우리는 교육 상품을 생산하면서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양적인 생산에 치중하여 왔으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해 왔다. 근시안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정책들로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정부의 특성화 대학 육성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다.
첫째, 산업 현장이 요구하고 참여하는 맞춤형 교육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관계자가 교육 과정 개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운영 면에서도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향하는 청년일자리 창출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 대학 출신이 지역의 기업체에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취업지원체제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특성화 사업과 연계해 해외진출 기업 지원프로그램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그 동안 수많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하여 수출 증대에 많은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세계로 프로젝트 해외진출 기업지원은 교육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해외취업으로 유도하고 한국의 해외진출 기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더구나 기업의 애로사항인 현지 법인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 문화 이해와 한국어 교육 등은 외국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많은 상공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교육부의 이번 특성화 사업을 통해 대학 구조조정과 청년 일자리 확보, 기업지원 등 세 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최충경 경남도 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ㆍ경남스틸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