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6,000여명은 지난 19일부터 초록색 리본을 달고 전공수업을 듣고 있다. 리본에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이것이 원칙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변호사시험 선발 방식을 입학정원 대비 75% 합격률로 고정한 상대평가에서 일정 성적 이상이면 통과시키는 '자격시험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고 26일 밝혔다. 25,26일 이틀간 전국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의 시위 여부를 묻는 총 투표도 진행했다.
로스쿨생들은 출범 첫 해인 2010년 12월에도 변호사시험을 기존 사법시험처럼 정원제로 운영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과천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법무부가 내놓은 대안이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 75%다.
로스쿨생들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변호사시험 재수생이 늘어 전체 응시생 대비 합격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정원 대비 75%여서 합격자수는 거의 변함이 없지만, 앞서 두 차례 치러진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쌓여 응시자는 늘고 있다. 실제로 내달 8일 발표 예정인 3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70%를 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면서 폭넓고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생협의회는 "변호사시험법 제10조는 '시험의 합격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이를 기반으로 로스쿨 도입 초기 '3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학생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자격시험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제는 절대평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로스쿨이 가난한 사람들의 법조계 진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부 사법시험 출신 기득권 법조인들의 왜곡된 시각이라고 반박한다. 서지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장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사법시험과 같은 '개천에서 용 나는'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험 천재'를 뽑자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변호사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변호사 과잉공급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구 대비 법조인 수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입학정원 대비 75% 합격률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변호사 등록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양측의 견해 차가 워낙 커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기성 법조인들이 모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과 별개로 2018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어 법조인 선발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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