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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만든 'ID 도용프로그램'에 농락당한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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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만든 'ID 도용프로그램'에 농락당한 네이버

입력
2014.03.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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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량으로 도용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해 카페에 자동 가입한 뒤 스팸 광고 등을 발송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이버를 공략한 이는 외식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스무 살 대학생이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네이버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추출하는 '로그인 체크기' 등 악성 프로그램 22개를 개발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충남 모 대학 외식산업학과 2학년 홍모(20)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11년 2월부터 최근까지 약 3년간 스스로 개발한 네이버 공략용 프로그램을 개당 10만~15만원을 받고 87명에게 판매해 2,1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중학교 3학년 때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를 시작한 홍씨는 고교 3학년인 2011년 네이버 공략 프로그램들을 완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출돼 유통 중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네이버에서도 똑같이 사용 가능한지 검사하는 '로그인 체크'를 비롯해 ▲카페 자동가입 뒤 전체 회원 아이디 추출 ▲광고쪽지 대량 발송 ▲비밀번호 변경 ▲게시판에 글 도배 ▲인터넷 주소(IP) 변경 등의 기능이 있다.

홍씨는 네이버가 보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이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악성 프로그램 기능도 향상시켜서 판매했다. 이렇게 번 돈은 용돈으로 쓰거나 집안을 위해 내놓았다.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 중 유독 네이버만 공략한 홍씨는 경찰조사에서 "이용자가 많아 광고 효과가 좋은데다 다른 사이트보다 분석하기 쉬웠다"고 이유를 밝혔다.

홍씨의 검거로 그동안 네이버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폭주했던 아이디 도용이나 비밀번호 무단변경 등은 어느 정도 규명이 됐다. 하지만 홍씨가 프로그램들을 판매한 기간이 3년에 달해 추가피해가 우려된다. 홍씨에게 악성 프로그램을 구입한 87명 중 현재까지 경찰에 검거된 이는 한 명뿐이다.

홍씨에게 94만원을 주고 프로그램을 구입한 서모(31ㆍ무직)씨는 지난해 8월부터 네이버에 접속가능한 아이디로 광고쪽지를 대량 발송한 뒤 개인정보를 팔아 1,6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이달 24일 구속기소됐다. 서씨는 "조선족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약 2,500만명의 개인정보 중 2,000명 정도의 네이버 아이디를 사용해 로그인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명의를 도용 당한 네이버 이용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홍씨 프로그램을 구입한 86명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습관 때문에 아이디 도용이 가능했다"며 "사이트별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르게 써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유출된 개인정보로 아이디를 도용한 것이지 시스템을 해킹한것은 아니다"며 "2,000명 아이디를 도용했다는 것도 진술일 뿐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고, 네이버는 도용 의심만 있어도 아이디 보호조치에 들어가는 등 시스템적으로 대응한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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