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독일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과 번영의 상징으로 변모한 브란덴부르크 문을 방문하는 등 통일 외교 행보에 스타트를 끊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통일을 달성한 독일과 전방위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국제 사회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의지를 밝히며 지지와 협력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를 받아 베를린 시내 중심지인 파리저 광장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았다. 50년 전인 1964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둘러봤을 당시 동서 베를린의 경계로서 굳게 닫혔던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동서화합의 상징이 됐다. 박 대통령은 서베를린 쪽에서 동베를린 쪽으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해 걸으며 통일의 의지를 다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보베라이트 시장과 접견한 자리에서 "베를린이 통일 후 수도로서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나가면서 유럽의 중심으로 성장했다"며 "이미 통일과 통합을 이룩한 베를린 시정부와 시민들이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브란덴부르크 문을 전부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며 농담을 던진 뒤 "브란데부르크 문은 통일의 상징인데 한반도에서도 통일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청은 냉전 시대 동베를린 시청사로 사용됐다가 통일 이듬해인 1991년부터 통일 베를린시의 청사가 됐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전쟁희생자추모관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 추모관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희생자를 위한 기념관으로 지어졌다가 1ㆍ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과 군국주의 등 전쟁과 압제의 희생자를 위한 기념관으로 변모한 곳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대통령궁을 방문해 공식 환영식을 가진 뒤 요아힘 빌헬름 가우크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통일 분야를 비롯해 양국간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가우크 대통령은 동독 출신으로 구소련 강제수용소에서 3년간 수감되는 등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던 인사.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독일 대통령으로는 처음 제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군이 대학살을 저지른 프랑스 중서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을 찾아 과거사를 참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과정에서 "독일 지도자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7일에는 동서독 통일 과정에 참여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서독 외교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전 서독 내무장관(현 독일 재무장관) 등을 만나 독일의 통일 경험을 전해 듣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통일 후 첨단과학도시로 재건된 구동독지역의 드레스덴을 방문해 28일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상을 담은 연설을 할 계획이다.
베를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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