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의지'를 다지는 출발점으로 잡은 브란덴부르크문은 동서 화해 및 독일 통일의 상징적 장소다. 그러나 50년 전인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독일 방문 시 지켜봤던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장벽에 가로막힌 분단의 상징이었다. 50년 전 선친이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독일과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체감했다면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교훈에서 한반도 통일의 미래를 보게 된 것이다.
베를린 중심가 파리저 광장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은 프로이센 시대인 1791년 세워진 높이 26m, 길이 65m 규모의 고전주의 양식 개선문이다. 이 문은 독일 분단으로 인해 동서 베를린의 경계가 됐고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나서는 허가 받은 사람만 왕래할 수 있었다. 당시 브란덴부르크문은 동독 관할지역에 포함돼 있었고 그 앞을 회색 빛의 장벽이 가로막아 서베를린 쪽에서는 건축물의 윗부분만 볼 수 있었다.
1964년 12월 베를린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는 차량을 타고 이곳을 스쳐 지나갔고, 인근 포츠담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을 시찰했다. 육영수 여사는 독일 방문 뒤 남긴'방독기'에서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 쪽으로 향해있는 건물의 유리창과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모두 굳게 닫히고, 또 보이지 않도록 막아놓은 것을 실제로 보면서 분단된 세기의 비극을 한꺼번에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도 '방독록'에서 "동서 베를린의 장벽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면서 건너편의 어두운 또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휴전선과 판문점을 연상했다"며 "이 장벽이 철거돼 모든 독일 사람들이 마음대로 다니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도래할 것을 기원하면서, 그 때는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꿈을 그려보기도 했다"고 소감을 적었다.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염원대로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 문도 활짝 열렸다. 장벽 붕괴 후 헬무트 콜 당시 총리가 동베를린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이 문을 지나가 통일의 개선문이 된 것이다.
이 문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연설 장소로도 유명하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곳에서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이 장벽을 허물어버리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7월 브란덴부르크문을 통과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이곳에서 '베를린의 정신'을 강조한 연설을 남겼다.
베를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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