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간 싸움에 끝이 보이질 않는다. 재벌가(家) '형제의 난'은 여러 그룹에서 벌어졌지만, 금호가처럼 재산분쟁도 경영권 다툼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 결별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종착점 없이 진행되는 싸움은 전례가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26일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27일)에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고, 이후 법적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을 전후로 부실책임과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사실상 결별했으며, 이후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등 10여 차례 극한 대립을 벌여왔다. 최근 들어 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지만, 이번 주총을 앞두고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지분을 팔면서부터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하면서 양사는 상호출자가 된 상태. 상호출자 기업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금호산업의 의결권 회복을 위해 서둘러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지분율 12.6%)인 금호석유화학측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주가하락 시 손실을 떠안는 비정상적인 매각이 이뤄졌다"며 강력 반발하며,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이사선임 반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오래 전 이미 각자 갈 길을 가기로 했던 것 아닌가.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아야 완전한 법적 계열분리가 되는데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사사건건 방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박삼구ㆍ찬구 회장 사이이엔 모든 지분관계가 정리돼, 현재는 아시아나항공 지분만 남은 상태. 금호석유화학이 이 지분만 팔면 양측은 100% 남남이 되는데, 금호석유화학측은 매각의사가 별로 없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 두산 한진 등 과거 재벌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한결같이 경영권승계나 재산분할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금호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다분히 감정대결이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측도 이를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한 관계자는 "2011년 검찰이 박찬구 회장을 배임횡령혐의로 수사해 사법처리로까지 이어진 건 다 박삼구 회장측이 벌인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제든 다시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우리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응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금호석유화학이 하루빨리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해주길 원한다. 그래야 워크아웃 졸업 등 경영정상화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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