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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4.0시대] <중> 맞춤형 모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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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4.0시대] <중> 맞춤형 모듈 실험

입력
2014.03.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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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백색 가전 대표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지난해 초 생산 공정에 대수술을 감행했다. 1974년 삼성전자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40년 넘게 유지해 온 '컨베이어 벨트'를 걷어낸 것.

대신 삼성전자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쓰는 '맞춤형 모듈 생산 방식(MPSㆍModular Production System)'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가전 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파격이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무려 2주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춘 채 '공정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컨베이어 벨트는 1913년 헨리 포드가 미국 미시간 자동차 공장에 처음 적용한 방식으로 공장을 수 백 개 공정으로 나누고 공정마다 직원을 배치해 움직이는 벨트 흐름에 따라 제품을 만든다. 생산 라인이 길고 투입 인원도 많아 주로 큰 제품을 만드는데 쓰여 왔다.

문제는 작업자가 움직이는 벨트 위의 세워져 있는 제품을 따라가며 조립하다 보니 냉장고 선반이나 가드 조립을 빠뜨리기도 하고 때때로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맞춤형 모듈 방식은 작업자가 정지 상태에서 제품을 눕혀 놓고 꼼꼼하게 작업 후 발로 버튼을 눌러 다음 생산 공정으로 보낼 수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던 것.

냉장고 세계 1위 회사라는 성적표에도 삼성전자가 100년 가까이 제조업의 대세로 당연시 해 제조 공정을 뜯어고친 파격을 택한 것은 바로 제품에 조그마한 흠도 생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생활가전부문 글로벌제조센터장인 장시호 전무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집중 공략해서 판매 비중이나 점유율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작은 실수도 치명타가 되는 것이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빨리 많이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완벽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시도라 성공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윤부근 사장(소비자가전부문)은 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하기 위해서는 생산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보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다행히 불량률은 절반 가까이로 줄었고, 작업자들이 좀 더 정성스럽게 부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품질도 훨씬 더 좋아졌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생산성도 크게 좋아졌다. 컨베이어 벨트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부분에 맞춰 전체 공정 속도를 조절해야 하다 보니 특정 공정이나 작업자 때문에 전체가 느려지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맞춤형 모듈은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정을 여러 개 만들어 동시에 진행하는 식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조립&agrave;검사&agrave;포장' 등 비슷한 공정을 덩어리로 묶어 소수 인원을 투입해 작업하다 보니 100m가 넘던 에어컨 생산 라인이 70m 정도로 줄었다. 2층 공장을 통째로 생산 라인으로 썼던 냉장고동은 이제 1층에만 라인이 깔려 있다. 2층은 사무실, 연구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라인에 한 가지 모델만 생산하는 전용라인 개념이다 보니 어떤 라인은 하루 종일 돌아가는 반면 다른 라인은 8시간만 돌아가는 등 불균형이 생기기도 했다"며 "모듈 방식은 한 라인에 2가지 모델을 동시에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생산 라인에서 냉장고 1대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평균 3시간에서 95분으로 줄었고, 생산량은 25% 늘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에는 에어컨 생산라인도 맞춤형 모듈로 바꿨다. 또 중국, 태국 등 해외 가전 공장에 모듈 생산 방식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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