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회담에서 차관보급 안보토의와 6자 수석대표회의 등 3국 공조방안에 합의함에 따라 3국 안보협력 움직임이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한미일 안보협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강화 등 우경화 행보와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외교전쟁으로 삐걱댔던 게 사실. 북핵과 중국의 팽창주의 움직임에 대한 3국의 공동 대응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특히 3국 협력의 최대 걸림돌인 한일 갈등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선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북핵 대응을 위한 6자 회담 재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국 정상이 이른 시간 내 한미일 6자 수석대표회의를 갖기로 하면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 하에서"라는 포괄적인 조건을 단 게 주목된다. 북핵 대화와 관련한 한미일의 기본입장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 이행'으로, 북한에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해왔으나 이번에 대화 재개를 위한 융통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사전조치 이행을 요구했었다. 이로 볼 때 3국 정상회담에서의 조건의 뉘앙스가 달라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대화 모색"이라며 한미중 수석대표 협의를 제안했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본다면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는 문제에 대한 한미일 수석대표간 합의를 거친 뒤 한미중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약속과 중국의 보장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6자 회담 재개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6자회담이 중국의 기대대로 조속히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르면 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일 안보토의는 국방ㆍ외교라인이 참가하는 차관보급 회담으로 한일간 정보교류방안 등 3국 군사협력이 주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3국 군사협력과 관련한 미국측 기대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3국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핵 대응과 관련해 공동 군사작전, 미사일방어시스템(MD) 심화 방안 논의를 제안했다.
이는 중국이 대단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사실상 자신을 겨냥한 3국 협력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당시 미국과 일본이 사실상 군사적 충돌직전까지 가는 사태가 빚어져 3국 군사협력의 강화가 중국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 정부가 부인해온 MD체계 편입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밀월관계나 다름없는 한중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는 게 불가피하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와 한중관계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운 우리 정부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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