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일(知日)파' 의원모임인 '저팬 코커스(Japan Caucus)'가 24일 출범식을 갖고 정식 발족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참가 의원숫자는 모두 62명으로 국가별 코커스로는 최대였던 '코리아 코커스'(참여의원 약 60명)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의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점에 주목해 향후 저팬 코커스를 지레 삼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 등에서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복안이다. 일본 정부는 1년 넘게 민주, 공화 양당 의원에 협력을 요청해 이번 모임 발족을 성사시켰다.
일본 정부가 지일파 의원들에 주목하는 것은 미 의회내에서 이 같은 의원층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3년 발족한 코리아 코커스 등 한국 중국이 의원모임을 만드는 동안 일본은 소수 지일파 의원을 통해 미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왔다. 하지만 그마저 2012년 12월 지일파 중진인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구심점을 잃은 상태였다.
또 한가지 이유는 오바마 정권 이후 미 정치의 구조변화에 대처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의회와 정면대립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중요 정책 결정에서 의회가 열쇠를 쥐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연방 의회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분류되는 하원의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줄줄이 낙선 위기에 있다. 북한이나 일본 관련 현안에서 우리 이익을 대변해온 의원들의 대가 끊길 판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찰스 랭글(민주ㆍ뉴욕) 하원의원은 가을에 23선 도전을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상태. 당내 경선에서 히스패닉계인 아드리아누 에스파야트 뉴욕주 상원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 법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 의원도 8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인도계 미국인 로 칸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허 변호사인 칸나는 실리콘밸리의 이익을 대변하며 구글, 야후,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의 막강한 후원을 받고 있다.
북한인권 운동을 펼쳐온 수잰 숄티는 하원 출마를 선언했지만 의회 입성이 쉽지 않다. 한국전 참전용사 하워드 코블(공화ㆍ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이미 은퇴를 선언해 지한파 의원 규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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