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화사 주지 교체 문제로 불거진 불똥이 엉뚱하게 총무원장에게 튀면서 조계종이 뒤숭숭하다. 발단은 동화사 방장인 종정 진제 스님의 주지 교체에 주지 성문 스님이 반발한 것이다. 진제 스님은 20일 총림 임회(회의)에서 5월 24일 임기가 시작하는 제27대 동화사 주지에 종정예경실장(종정 비서실장)인 효광 스님을 지명했다. 조계종 총림법 제8조에 따르면 선원과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총림의 교구본사 주지는 방장의 추천을 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
"주지 임기를 두 달여 남긴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차기 주지 지명이 조금 이해되지 않지만 어른의 뜻이므로 동화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복했던 성문 스님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정의 방침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문 스님은 이 자리에서 "중차대한 인사를 한마디 사전 논의 없이 진행한 것은 백 번 양보해도 총림의 기본정신과 배치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지난 임회 때 복면괴한이 출현했다는 이유로 경찰 3개 중대 병력을 끌어들인 것은 신성한 도량을 어지럽힌 수치스러운 일이며 복면괴한의 출현이 종정예경실장의 자작극이라는 의혹도 있다"면서 "장본인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종단 내 야당 격인 종책모임 삼화도량(회장 영담 스님)이 뜬금없이 총무원장을 비난하고 총무원이 이를 반박하면서 이 문제가 엉뚱한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삼화도량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본사 주지 선거 등 이권 개입에 혈안이 된 나머지 종정 예하 스님을 비롯해 원로대덕 스님을 모시는 일을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책임이 가장 큰 총무원장은 종정 예하 봉대(奉戴)에 최선을 다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계종 대변인 일감 스님은 25일 "(삼화도량 성명서가) 터무니없는 의혹에 편승해 분열을 조장하고 실상이 없는 추측을 내세우는 것은 상식과 이해를 벗어난 무책임한 행동이며 승가화합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장은 동화사 주지 임명 등을 종헌종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성문 스님은 주지에 연임되지 못해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진제 스님의 종정 선거운동과 동화사 총림 승격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닭벼슬(닭볏)만도 못한 것이 중 벼슬"이란 말이 있듯이 이런 문제에는 하심(下心)이 답인 듯하다. 조계종 상징인 종정을 흔드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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