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매뉴얼이 성과∙직무급제를 강조해 오히려 노사간 임금갈등을 부추긴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왔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금구성 단순화, 고용률 제고∙정년 연장을 위한 직무급제 도입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한국노동법학회,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노동경제학회가 26일 공동 주최한 '임금체계 개편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고용부 매뉴얼의 문제점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매뉴얼은 각종 수당을 통합해 기본급을 높이고, 기본급 기준을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제(연공급)에서 업무∙능력에 따른 직무ㆍ직급제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먼저 "현재 노사 갈등의 핵심인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은 '임금구성'에 해당하고 호봉급 직무급 등은 '임금체계'에 속하지만, 고용부는 성과주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매뉴얼에서 직무ㆍ성과급이라고 두 가지를 한데 묶어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바꾸는 것보다 임금구성을 단순화해 통상임금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연공급의 대표적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생산직 임금의 가장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과 (성과가 아닌 장시간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어설프게 도입된 성과배분제로 임금구성이 크게 왜곡된 것"라며 "각종 수당과 성과급을 통합해 기본급을 높이고 초과근로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 고령화 등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직무급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조차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무급에 찬성하는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정책목표로 설정해 대다수 기업이 초임자 임금이 적은 연공급제를 제시했고 효율적이었다"며 "정부는 현재 임금정책 목표를 고용률 70%에 둘지, 양극화 해소에 둘지 등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 임금개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수 변호사도 "직무급 도입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므로 임금체계별 임금 상승을 연구하고, 장기간 노사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부터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은 "현대자동차 35년 근속이 1년 근속 근무자에 비해 1.63배 더 받는데 반해 공무원은 2.3배 더 받는다"며 "공무원부터 연공제를 직무급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매뉴얼을 만들기보다 노사 스스로 임금체계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기 노사정위원회 선임위원은 "정부가 (논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가장 빠른 실용주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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