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도박단을 만든 뒤 지인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여 수억원을 가로챈 현직 고교 교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청주 A고등학교 체육교사인 B(52)씨 등 3명에 대해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C(52ㆍ회사원)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B교사의 제안으로 2012년 6월 '기술자', '선수(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이 분담된 사기 도박단을 꾸린 뒤 최근까지 청주시내 모텔 등을 돌며 형광물질로 표시된 카드와 특수 제작된 렌즈를 이용해 속칭 '바둑이'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교사는 일명 '호구'로 불리는 도박 참가자를 물색하는 일을 맡았으며 직접 '선수'로 뛰기도 했다. B교사는 자신의 친구부터 축구동호회 회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사기도박 피해자는 D(44ㆍ자영업)씨 등 2명이며 피해금액은 2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교사 신분인 B씨를 믿고 어울리다 거액을 뜯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닌 B교사는 외부 출강을 간다며 학교를 나와 낮부터 도박판을 벌였다. 경찰에 검거된 24일에도 B교사는 학교측에 모 전문대에 강의하러 간다고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도박판에서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진술한 점과 검거된 일당 가운데 2명이 마약 전과가 있는 점에 주목해 마약류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기간이 2년 가까이 되는데다 일당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내용 등으로 미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