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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27일] 하나같은 친척들

입력
2014.03.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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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척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은 내가 작가라는 것을 의식하셨는지 어떤 말씀 끝에 "요즘 드라마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던데 너도 그런 걸 해보지 그러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실소를 머금으며 "아이고 드라마를 아무나 쓰나요. 저는 그런 재주가 없어요."라고 얼버무렸다. 물론 그 분은 나 잘 되라고 하신 말씀이다. 어쨌거나 전화통화를 마치고 머릿속에 떠오른 재밌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런 것이다. 친척이라는 존재, 그러니까 이모나 고모나 삼촌 같은 분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에서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하게 사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시는 분들 같다는 것. 내게도 이모나 고모 삼촌들이 계시지만 이 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내게 늘 그런 말씀들을 하셨다. 공부 잘 해서 판사가 되는 게 어떻겠니.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면 참 좋겠다. 대기업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들.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 때문에 억압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늘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든지, '기성의 가치나 제도에 기대지 말고 독창적인 예술을 해봐라'라고 말씀해주시는 이모나 고모나 삼촌은 한 분도 안 계셨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조카가 넷이나 있는 삼촌인데 그들과 통화를 하면,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부터 묻는다. 나도 그들 앞에서는 별 수 없는 친척인 거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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