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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월 27일] 미국 내 원자력협정 대응전략

입력
2014.03.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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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과 원자력협정에 서명한 후 비준을 위해 의회에 회부한 기사가 보도되면서 한미 원자력협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베트남이 농축재처리를 포기하는 소위 '골드스탠다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알려짐에 따라, 한국이 더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사실 한미 원자력협정은 국내 못지 않게 미국 내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관심사이다. 따라서 미국 내 원자력협력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고 우리의 협상전략을 위한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인도가 민수용으로 도입한 농축재처리 기술을 이용하여 1974년 핵실험에 성공하자, 종래 민감기술의 이전을 허용하는 원자력정책에서 급선회하였다. 미국은 스스로 재처리를 포기하고 농축재처리의 국제협력을 엄격히 금지하였다. 기존 농축재처리기술 보유국의 경우 마지못해 이를 용인했지만, 새로운 농축재처리 도입국의 등장을 결단코 반대하였다. 따라서 현재 농축재처리 국가들은 미국이 농축재처리 반대정책을 도입하기 이전에 이미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나라들이다. 일본 남아공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다수 유럽국이 이에 해당된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축재처리역량을 갖게 된 나라는 북한과 이란뿐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원자력발전의 확대와 더불어 농축재처리의 요구가 커지자, 미국은 새로운 비확산정책의 도입을 모색하였다. 새로운 원자력협정 체결시 농축재처리 포기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사실 UAE는 자체의 원자력 기술력이 낮고 소수 원전만 가동할 계획이므로 자국내 농축재처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미 의회와 싱크탱크의 일부 핵비확산론자들은 이런 '골드스탠다드'를 모든 원자력협정에 도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어떤 경제적‧외교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핵확산 방지를 위해 농축재처리의 전파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 안보전문가와 원자력산업계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대도 많다. 이들은 미국이 농축재처리 포기를 원자력협력 조건으로 내세우면 상대는 러시아‧프랑스와 협력할 것이며, 미국은 상업적 이익도, 비확산 통제권도 모두 잃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미 정부는 수년간 골드스탠다드의 일괄 적용을 검토하다가, 최근 이를 포기하고 사안별로 달리 대응한다는 입장을 잠정 채택하였다. 따라서 베트남 정부는 골드스탠다드를 거부하고, 다만 협정전문에 "현재로서 농축재처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정치약속으로 대신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베트남이 미래에 임의로 농축재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 핵비확산법 123조에 따르면, 미 정부는 상대국이 미국산 핵물질을 농축재처리 할 때 '사전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른 농축재처리 통제와 유사한 경우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대국이고 원전수출국이며,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한 핵비확산 모범국이다. 따라서 새로운 한미협정은 한국의 높은 원자력과 핵비확산 지위를 반영하여 기존 협정보다 진전된 형태의 협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여전히 한미간 시각차가 있다. 한국은 원자력협력을 주로 경제적·과학기술적 관점에서 보지만, 미국은 핵비확산 관점에서 본다.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이 원자력협상을 전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도 대미 원자력 협상역량을 증강하고, 나아가 원전수출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확산 국가역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우리 정부의 '세계핵리더십구상'을 제안한다. 이는 우리 정부의 중견국외교 구상의 일부가 될 것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4개항 핵안보 조치를 포함하여, 동북아 핵 장관회의 운영, 동북아 핵안보-원자력안전지대 설치, 핵비확산센터 설립 등을 포함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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