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임박하면서 대기업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등기임원의 고액 연봉을 공개할 경우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에 따라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이 있다면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이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기업은 주권상장법인, 증권 공모실적이 있는 기업, 외부감사 대상법인으로 증권 소유자가 500명 이상인 기업을 포함해 2,000곳이 넘는다.
기업경영성과 CEO스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이 5억원이 넘는 기업은 176개사에 이른다. 대상 임원의 수도 500명을 훌쩍 넘는다.
법률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연봉은 해당 사업연도에 지급된 보수 총액을 가리킨다. 급여와 상여를 나눠 기재하고,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있을 경우 부여 현황도 밝혀야 한다.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이를 포함한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은 오는 31일이다. 삼성, LG, SK, 효성 등 대다수 대기업이 이 날짜까지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지난 14,21일 걸쳐 1,2차 슈퍼주총데이가 있었던 것을 빗대 3월 31일이 기업들의 ‘D데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소액주주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달 말 제출할 사업보고서에 임원 보수를 공개하겠다고 미리 못박았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의 발언대로 31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등기임원 4명에게 지난해 339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총에서 밝혔다. 1인당 평균 연봉은 84억원가량이지만 누가 얼마나 받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 또한 대부분 31일에 임원 연봉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도 31일 지주회사인 ㈜LG와 LG전자를 비롯한 10개 계열사의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할 예정이다. LG는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 등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 ㈜LG는 사내이사가 구 회장을 포함해 3명으로 지난해 이사보수 72억원을 집행했다고 21일 주총에서 밝혔다.
GS그룹에서는 이미 허창수 회장의 연봉을 공개한 상황이다. GS건설로부터 지난해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현재 총수가 재판을 받고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기업들이다.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기 전에 받았던 고액 연봉이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회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후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C&C 4개 기업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등기임원으로 등재됐기 때문에 사업보고서에는 연봉을 기재해야 한다. 최 회장은 연봉은 오는 31일 ‘D데이’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 한화케미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한화그룹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는 31일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까지 CJ E&M, CJ CGV, CJ 오쇼핑 3개사 등기임원을 맡았던 CJ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진우기자
한국스포츠 박진우기자 jwpark@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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