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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27년간 닫혔던 진실의 문이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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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27년간 닫혔던 진실의 문이 열리나

입력
2014.03.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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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사망자만 500여명에 달해 '한국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발의됐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7년만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인권유린 사건이었음에도 당시 복지원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며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피해자 한종선(39)씨의 국회 앞 '진상 규명 촉구' 1인 시위를 계기로 형제복지원 사건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했고, 특별법 발의까지 이뤄져 상황은 진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극단적 구타, 인신매매, 감금, 강제노역, 암매장 등 잔혹한 인권유린 실상을 규명하려면 피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연락이 닿는 피해자는 1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75년 7월~1987년 1월 형제복지원을 거쳐간 피해자는 1만8,500여명으로 추산된다.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피해자 보상 내용 담겨

발의된 특별법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15인 이내)가 설치되고, 위원회가 요청하면 관계기관과 단체들은 의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압수수색과 동행명령,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또한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의료비, 생활보조지원금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준민 대책위 사무국장은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피해 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특별법을 통해 국가 권력이 동원되는 만큼 가능한 많은 자료가 확보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연락 닿는 피해자는 0.6%에 그쳐

그러나 진상규명과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 진상규명의 시작은 피해자의 증언 확보인데 연락이 닿는 피해자는 1만8,500여명 중 100여명에 그치는 탓이다. 현재 확보된 자료는 울주 강제노역장에서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형제복지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1987년 신민당 진상조사에서 밝혀진 수용 인원과 513명의 사망 인원(1975~1987년) 숫자가 전부다. 입소자 명단도 없고 사망자도 1986~87년 명단만 있다. 구타로 숨진 원생들의 시신이 인근 병원에 실험용으로 300만~500만원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와 피해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조영선 대책위 집행위원장(변호사)은 "30년 전 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피해자 확보가 쉽지 않다"며 "복지원을 운영했던 재단을 압수수색 해서라도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전국의 요양ㆍ장애인시설에 공문을 보내 과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 명단을 파악 중이고, 국가기록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대책위에 제공했던 안전행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돼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 책임 물을 수 있나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을 가능하게 한 것은 1975년 부랑인의 단속과 사후조치를 담은 내무부(안행부 전신) 훈령 410호다. 전두환 정권은 88올림픽 성공을 위해 사회정화 명목으로 행려병자 등 부랑인을 가두는 시설을 만들었고, 실적을 위해 취객, 길 잃은 어린이 등 일반인도 가뒀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 위탁을 받은 법인으로 예산의 80%를 국고로 지원받았지만 관리감독은 전혀 없었다. 또 1986년 수용된 3,975명 중 경찰과 구청의 의뢰로 수용된 피해자만 각각 3,117명, 253명에 달한다. 조 위원장은 "강제격리수용의 근거가 된 훈령은 헌법에 어긋나고, 정부와 부산시의 관리감독도 부실했기 때문에 국가 책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시는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가 2012년 사회복지사업법을 다수 위반하고, 이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검토중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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