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3기 체제가 출범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후보자에 대해 법제처가 부적격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에 방통위가 국회에 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것. 국회 의결을 거친 야당추천 인사에 대해 정부가 '퇴짜'를 놓은 모양새가 되자 야당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방통위 3기의 정상출범 자체가 힘들게 됐다.
방통위는 25일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중앙대 겸임교수)의 경력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일부 경력이 상임위원 자격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아 국회에 재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 시민 단체에서 상임위원 후보자의 자격이 요건에 충족하는지 질의가 들어왔고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5개 법무 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각 법무법인의 의견이 엇갈려 법제처에 다시 법령해석 질의를 요청한 결과 이 같은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제처도 판단이 어려워 법령해석 심의 위원회까지 열어 최종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상임위원 자격요건은 방송·언론·정보통신 관련 분야의 ▦부교수 이상 직급 15년 이상 경력자 ▦2급 이상 공무원 ▦단체·기관 15년 이상 경력자 ▦이용자 보호활동 15년 이상 경력자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 15년 이상 경력자 등이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방통위원장에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상임위원에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을 내정했고, 새누리당은 허원제 전 국회의원을 추천했다. 민주당은 고삼석 겸임교수와 김재홍 전 국회의원을 각각 추천했다. 후보자 추천 당시 고 후보자가 제출한 경력은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3년11개월),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연구위원(5년4개월), 입법보조원(2년10개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5년2개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시간강사(3년5개월)·객원교수(1년10개월) 등이다. 그러나 법제처는 이 중 미디어미래연구소 경력 5년4개월만 방송과 관련이 있고, 나머지 경력은 자격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예상대로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2월 여야가 추천안을 의결한 것은) 국회가 고삼석의 방송통신위원 자격요건을 100% 갖췄다고 최종적으로 재확인해한 것"이라며 "고 내정자에 대한 자격시비는 그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으며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 따라 31일로 예정된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방통위의 중립성 등을 이유로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던 터에, 고 후보자의 자격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야당은 강력한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2기 방통위를 이끌던 이경재 위원장은 이날 퇴임식을 가졌다. 새 위원장 후보자 발표지연으로 방통위는 당장 26일부터 수장공백상태를 맞게 되는데, 이번 사태의 불똥으로 3기 출범은 더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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