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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사토크] '뿌리의 집' 운영 김도현 목사 & 입양인 출신 제인 정 트렌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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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사토크] '뿌리의 집' 운영 김도현 목사 & 입양인 출신 제인 정 트렌카 대표

입력
2014.03.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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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정 트렌카 대표미국에 입양됐다가 한국 돌아와입양인 모임 대표 맡아 국내외 활동"산업적 성격 입양 제도 문제 많아원가족이 키울 수 있게 제도 개선을"● 김도현 목사스위스서 한국계 입양인들과 인연귀국 후 '입양인 게스트하우스' 맡아"입양인 자살률 4배 가량 높아미혼모 지원에 정부 예산 집중해야"

"제2, 제3의 현수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입양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입양인 게스트하우스 '뿌리의 집'을 운영하는 김도현(60) 목사와 입양인 출신인 제인 정 트렌카(42) '진실과 화해를 위한 입양인 모임'(TRACK) 공동대표는 미국 입양 104일 만에 양아버지의 학대로 사망한 현수(3)군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만 뒤져도 13명에 이르는 한인 입양 아동이 양부모에게 살해 당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얼마나 더 많은 아이가 숨져야 우리의 의식이 바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입양인 정책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담은 24일 오후 1시간 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뿌리의 집'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입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친생가족 중심의 아동양육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입양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김 목사는 "궁극적으론 입양기관과 뿌리의 집이 필요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트렌카 공동대표는 간간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입양 아동들은 학대 외에도 성 폭력, 인종 차별, 모국 추방 등 수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제인 정 트렌카 공동대표= 1972년에 태어나 6개월쯤 됐을 때 친언니와 함께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당시 친엄마는 해외 입양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유학처럼 생각해서 입양 보냈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옥스버그 칼리지)에서 피아노와 영문학을 공부한 뒤 1995년 23세 때 한국에 와서 친엄마를 만나게 됐다. 그 뒤 10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다가 2004년 아예 한국으로 이사했다. 한국을 찾는 입양인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친엄마의 허락 없이 입양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동 기록이 세탁돼 입양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입양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뿌리의 집'을 운영하면서 입양인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김도현 목사= 대학(서울대 국어교육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 활동을 하다가 1992년 스위스 국가교회인 개신교단의 한국 담당 목사로 가게 됐다. 스위스 개신교단은 나에게 한국계 입양인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1993년 스위스 바젤에 살고 있던 한 한국계 입양인이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한국계 입양인들과 8년 동안 동고동락하게 됐다. 그 때 만난 입양인 가운데 필립, 미리암 등 세 명이 그 뒤에 자살했다. 이어 영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살면서 '국제 간 아동 입양과 한국의 친생모'란 제목으로 논문을 썼다. 2003년 7월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이 뿌리의 집을 설립한 뒤 나에게 운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2004년 2월 귀국해 10년 동안 이 일을 맡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입양인 모임'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트렌카= 아동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혼모 모임 등과 연대해서 일한다. 최근 현수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입양인원가족모임 민들레회 등 여러 단체들과 함께 추도식을 갖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국제 입양에 대한 관리ㆍ감독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을 묻는 질의서도 보냈다. 1989년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준으로 한국 상황을 점검하고 국제기구에 보고해서 우리 정부에 재권고 하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피의 언어''덧없는 환영들' 등 나의 경험을 담은 책 두 권을 내고 '인종 간 입양의 사회학'이란 책을 엮었다.

-'뿌리의 집'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김 목사= 우선 해외 입양인을 위한 비영리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한다. 1년에 300명 가량의 입양인들이 와서 평균 10박 정도 머물다 간다. 10년 됐으니 3,000여명이 다녀갔다. 두 번째로 해외 입양인과 미혼모의 권익을 옹호하는 시민단체 역할도 한다.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90%가 미혼모의 자녀들이다. 입양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닮은 얼굴'을 제작하기도 했다. 셋째, 입양인 권익 옹호를 위한 책을 내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트렌카=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가 아니라'입양으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고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한다.

-미국에 입양됐던 현수군이 지난달 양아버지의 폭행으로 숨졌는데 비슷한 사례들이 어느 정도 되는가.

트렌카= 웹사이트를 뒤지면 13명에 이르는 한인 입양 아동이 양부모에 의해 살해 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인이 여러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고 수집한 것이다. 1996년 미국의 양아버지가 14살, 15살 된 두 딸을 성폭행했는데 두 딸이 경찰에 신고하러 나서자 총으로 쏘아 죽였다. 2007년에는 양엄마가 13개월 된 갓난 아기를 쥐어흔들어 살해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입양된 아이가 외국에서 죽으면 양부모가 한국에 신고하는 게 아니므로 구체적 통계를 알기 어렵다. 입양 희망 부모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는데 가정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학대 외에도 많은 어려움들을 겪을 텐데.

트렌카= 미국에 입양된 사람들 가운데 미국 국적을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가정에 위탁되고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난 뒤 재판을 통해 시민권을 받아야 하는데, 양부모가 챙기지 못해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입양 아동들이 있다. 이들이 성인이 된 뒤 작은 범죄라도 저지르면 모국으로 추방된다. 미 국무성에는 입양인이 어떻게 자라는지 확인하는 트래킹 제도가 전혀 없다. 또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인종 차별로 고생한다. 내가 학교에서 친한 백인 아이가 있었는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의 아버지가 동양인을 데려오지 말라고 해서 그 친구 집에 가지 못했다. 심지어 아버지 할아버지 오빠 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입양인들도 있다. 미국에는 부모가 아이를 학교로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 제도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학교 교사에게도 양부모의 문제를 알릴 수 없다.

김 목사= 200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입양인의 자살률이 비입양인에 비해 3.6배 높았다. 마약 중독은 5.2배, 알코올 중독은 2.6배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 미네소타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양인 642명과 비입양인 540명에 대해 조사했는데 입양인의 자살률이 4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외 입양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 1,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양 가족으로부터 신체 학대를 한 번 이상 경험한 입양인이 38.6%에 달했다. 성적 학대를 경험한 비율은 7.4%였고, 정신ㆍ정서 문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입양인은 60.6%였다.

-우리나라는 '아동 수출 대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는데, 해외 입양 실태를 소개해 달라.

김 목사= 6ㆍ25 전쟁으로 해외 입양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1953년부터 1962년까지 10년 동안 입양된 아동은 총 4,451명에 그쳤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와서 입양이 급증했다. 산업화와 독재 정부가 해외 입양의 주원인이 된 셈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에는 한 해에만 8,837명이 입양됐다. 6ㆍ25 이후 공식적인 해외 입양인이 17만명 가량 되는데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해외 입양인은 총 20만명 가까이 된다. 입양 건수가 2000년부터 줄고 있는데,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자격 심사가 강화된 뒤 더욱 줄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입양 건수가 3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입양 업무를 맡고 있는 국내의 아동복지재단과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트렌카= 입양의 산업적 성격이 문제이다. 최근 한 아동의 미국 입양 수수료가 4,400만원 가량인데, 그 가운데 한국 입양기관은 1800만원 가량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아동을 해외로 입양하는 입양기관이 세 군데 있다. 정부는 이 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살해된 현수를 입양시킨 복지회는 '현수를 위해 돈을 많이 써서 오히려 손해 봤다'고 주장하는데, 정부가 입양기관의 재정 실태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한다. 입양기관이 큰 빌딩을 갖고 있다. 그 돈은 결국 입양 사업을 통해 나온 것 아닌가.

김 목사= 아동복지에 대한 정부 철학의 빈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아동 양육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 가정에 대한 지원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라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오랜 기간 정부와 입양기관이 유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을 반성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입양기관 감독 활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입양인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양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김 목사= 기본적으로 입양을 통해 아동 양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위기 가정 지원 등으로 원가족(친생가족)의 아동 양육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원가족을 떠나서 입양, 위탁이나 시설(고아원 등)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로 가야 한다. 현재 정부가 매년 시설 아동에 3,500억원, 위탁 아동에 1,000억원, 입양 아동에 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현재 60억원에 불과한 미혼모 지원 예산을 늘린다면 친생 부모에 의한 아동 양육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입양 보낼 아이가 없는 나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네덜란드 등에서는 해외 입양 건수가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하다. 입양기관과 '뿌리의 집'이 잘 운영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비정상적이란 뜻이다.

트렌카= 원가족 중심으로 아이가 양육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미혼모도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산업적 성격을 가진 입양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부자 나라가 됐는데 아직도 해외 입양이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제 입양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국내의 아동 양육 시스템을 강화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담 진행= 김광덕 선임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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