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가 9년 만에 소설책을 냈다. 최근 에세이는 매년 냈지만 소설책은 2005년 장편소설 이후 처음이다. 그간 썼던 중ㆍ단편을 모아 소설집 를 출간한 작가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설, 에세이, 우화, 시 등 지금까지 쓴 책만 마흔 권이 넘는데 그 중 소설이 다른 장르에 비해 적지 않나 싶어 이번에 단편을 묶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책에 담긴 중ㆍ단편 중 상당수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쓴 글을 개작해 다시 수록한 것"이다.
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10편이 실렸다. 문명 비판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주제가 주를 이룬다. 표제작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교도소에 갇힌 시인의 고독한 몸부림을 그린다. 그는 "탈바꿈하는 곤충처럼 날개를 갖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절대고독에 갇힌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파로호'는 휴가를 맞아 낚시터를 찾은 신문기자와 좌대를 관리하는 노인의 대화를 통해 '제목에 삑하면 충격, 경악 따위의 단어들을 첨가해서 미끼'로 쓰는 언론을 비판한다. '유배자'는 작가처럼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썩지 않게 만드는 최상의 방부제'라는 신념을 지켜온 무명화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맹과니의 섬'에선 시골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도시 출신 교사를 통해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완전변태'는 일주일 만에 썼고 '파로호'는 열흘 만에 완성했는데 예전 같으면 한 달이나 석 달 정도 걸렸을 일을 금세 마칠 수 있었던 건 트위터에서 트레이닝을 한 덕분"이라고 했다. 국내 최초로 트위터 팔로어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그에겐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 팔로어는 170만명이 넘는다. "트위터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자 습작의 공간입니다. 140자로 제한되기 때문에 살코기만 도려 내 접시에 담아 내놓는 느낌이죠. 메시지를 함축하고 가지치기하기에 아주 적절한 공간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문장 연습을 상당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설집에도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이외수의 소설에는 어린이와 노인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던 과거와 달리 이젠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로부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위해선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는 지식이 발효해 생기는 거죠. 소설 속 노인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존재라기보다 지혜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상징적 존재라고 해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앞으로 한 권만 더 쓰고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공부도 부족하고 능력도 딸리는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다. '아방궁 논란'을 일으킨 요트도 그가 마지막 소설을 쓰기 위해 산 것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세르반테스의 에 나오는 '돈키호테-산초-공주' 3각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그걸 깨보고 싶었습니다. 오행에 근거한 인물을 등장시킬 겁니다. 5권짜리로 구상하고 있어요. 화자가 물 위를 걷는 미소년을 목격하는 게 소설의 시작인데 물 가운데서 물 밖을 보려면 수상가옥이나 뗏목보다는 요트가 감흥을 살리는 데 적절할 것 같았습니다. 작가들이 흔히 다음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저도 대표작 하나 써볼까 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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