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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는 한국 관객에 자유분방한 뉴욕 현대음악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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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는 한국 관객에 자유분방한 뉴욕 현대음악 소개하고 싶어요"

입력
2014.03.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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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깡통 따고 칼 가는 소리도 음악100년 전 음악만 고집하면 대중과 소통은 없어"루나 초롱 강 "연주하며 춤추는 플루티스트, 예전엔 이상하게 보일까 걱정숨소리·눈빛도 음악의 확장"

지하철의 굉음을 채집해 음악에 접목한 작곡가와, 무대 위에서 현대무용가와 함께 춤추며 연주하는 플루트 연주자. 뉴욕을 본거지로 활동하는 작곡가 김인현(35)씨와 플루티스트 루나 초롱 강(27)씨에게 현대의 클래식은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이다. 25일 만난 두 사람은 "현대음악은 음악의 이름으로 다양한 일상을 끌어안아 관객에게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김인현) "살아 있는 작곡가와 소통하며 연주자 스스로도 곡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루나 초롱 강)고 말했다.

두 사람은 4월 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미국의 현대음악단체 '뱅 온 어 캔 올스타'(Bang on a Can All-Stars)와 함께 자유분방한 뉴욕 현대음악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한다.

예일대 출신의 작곡가 마이클 고든, 데이비드 랭, 줄리아 울프는 1987년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정통 클래식과 혁신적인 음악을 아우르며 전무후무한 12시간 마라톤 콘서트 '뱅 온 어 캔'을 열었다. 연주자 여섯 명으로 구성된 '뱅 온 어 캔 올스타'는 27년이 흐른 지금도 뜨거운 열기 속에 이어지고 있는 마라톤 콘서트 '뱅 온 어 캔'의 공연팀이다. 이들은 루나 초롱 강의 금호아트홀 독주회를 비롯해 통영국제음악제(29, 30일)와 LG아트센터(4월 2일) 무대에 잇따라 선다.

'춤 추는 플루티스트' 루나 초롱 강이 '뱅 온 어 캔'과 함께 오르는 이색 무대는 현대음악 기획사 ETM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현씨가 기획했다.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관객에게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아이돌 가수가 인기 있는 이유는 볼거리가 그만큼 풍성하기 때문이죠. 클래식이라고 해서 100년 전 음악만 고집하면 대중과 소통할 수 없어요. 제가 '새롭다'는 콘셉트로 준비한 공연을 진부하다고 느낄 정도로 한국 관객이 다채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다고 생각해요."

금호아트홀 공연에서 주목할 프로그램은 루나 초롱 강씨가 영국 작곡가 올리버 너슨의 '가면'을 영화 '어둠 속의 댄서'(2000)의 안무가 코코 캐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순서다. 강씨는 악보에 '무대 중앙에서 자유롭게 걸어라'와 같은 지문을 적은 이 곡을 코코 캐롤의 안무로 재해석해 춤을 추며 연주한다. 강씨는 이 공연을 위해 체력 단련에만 1년여를 투자했다. "어설픈 시도는 자칫 코미디처럼 보일 수 있으니 감동의 공연이 돼야 한다"는 김씨의 조언 때문이다.

강씨는 "음악을 더 흥미롭게 전하는 움직임이어서 욕심이 났지만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호흡 조절도 어렵고 조금만 움직여도 악보를 까맣게 잊어 버리곤 했죠. 오전에 하던 악기 연습을 오후로 미루고 오전에는 운동 기구 위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연주곡을 흥얼거리는 식으로 호흡 관리를 했어요."

LG아트센터 공연에서는 '뱅 온 어 캔'의 세 작곡가를 비롯해 10명의 작곡가가 일상에서 채집한 소리와 영상, 이미지 등으로 만든 5~8분짜리 신곡을 연주하는 2부의 '필드 레코딩'이 눈길을 끈다. 줄리아 울프의 제자인 김인현씨의 곡도 포함돼 있다. 깡통 따는 소리, 슬롯 머신 소리, 칼 가는 소리 등이 음악으로 승화되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깨뜨릴 신선한 무대다.

강씨와 김씨 두 사람은 스스로를 탐구하고 실험해 보여 주고 싶은 세계가 아직 많다.

"한국에서 음악을 공부할 때는 무대에서 발을 한 번 구르기만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숨소리나 눈빛도 음악의 확장이 된다고 믿죠."(루나 초롱 강)

"한국에서는 작곡가가 교수와 같은 거창한 타이틀이 없으면 곡을 써도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관객이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현존 작곡가의 곡을 소개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김인현)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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