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박경실(59) 파고다어학원 회장을 살인예비음모 혐의로 이르면 다음주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주 경찰의 2차 출석요구서를 받았으나 26일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재신임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불응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운전기사 박모(41)씨에게 고인경(70) 파고다어학원 전 회장의 측근 윤모(50)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남편인 고 전 회장과 재산권 분쟁으로 이혼 소송 중이다.
윤씨는 "박 회장과 운전기사 지인들로부터 '누군가 당신을 해치려 하니 조심하라'고 들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지난해 10월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윤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운전기사 박씨가 어학원 직원에게 "살인 교사" "4억9,000만원을 받았다" "조선족 불렀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박씨의 경기 의정부시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돈의 일부를 압수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 서초동 학원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고 전 회장과 6촌 관계로 참모 역할을 맡았던 윤씨는 박 회장의 비위를 캐왔다. 박 회장이 2005년 어학원 주주총회 회의록을 조작해 회삿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는데에도 윤씨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박 회장이 파고다어학원을 담보로 파고다타워종로 건물을 짓고 명의를 자신과 친딸 앞으로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의혹 등을 고 전 회장에 알렸다.
경찰은 윤씨의 신고로 진상 파악에 나선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갖고 있는 녹취록도 박 회장의 지시가 담긴 것이 아니어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없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박 회장은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찰에 출석해 한 차례 조사를 받았던 운전기사 박씨도 휴대폰 전원을 끈 채 외부 접촉을 끊은 상태다.
한편 박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초 브로커 서모(46)씨에게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9억여원을 건넨 정황이 알려져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이날 학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회장은 횡령 등으로 징역형을 받아 회장 자격이 상실됐음에도 '1심 판결일 뿐'이라며 또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며 "법과 도덕적으로 흠결이 큰 박 회장은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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