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의원의 '새로운 고노 담화 발표' 발언이 한일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총리로부터 (새 담화 발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언론은 "하기우다 의원의 발언은 아베 총리의 심경을 대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베 총리의 진정성에 의심을 쏟아내고 있다.
2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특보인 하기우다는 중의원 3선으로, 초선 의원 때부터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인식 문제를 두고 아베 총리와 행동을 같이 했다. 자민당 총재보좌관 자격으로 당 총재인 아베 총리를 직접 지원하고 있는 하기우다는 지난 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한 대표적 인물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정부의 반응에 대해, 하기우다는 "민주당에, 오바마 정권이라서 비판했다"며 미 정권을 오히려 비방하기도 했다.
"(고노 담화 검증 결과)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면 된다"는 하기우다의 발언이 고노 담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온 아베 총리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과 연립정당을 이끄는 공명당의 간부는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국회 답변은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하기우다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아베 총리가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한미일 정상회담이 21일에야 결정된 것은 한국정부가 그만큼 아베 정권에 회의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기우다의 새담화 언급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연유"라고 전했다.
자민당 간부도 "이런 일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차질을 빚는다면 (하기우다의 발언은) 단순한 농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특보 교체의 필요성을 간접 피력했다.
한편 아베 정부는 25일 전후 70주년이 되는 내년 새로운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답변서를 각의결정했다. 답변서는 "(아베 내각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다"면서도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지향의 담화를 발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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