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안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한 초병의 신속한 대처가 천년고찰 낙산사를 화마로부터 구했다.
25일 육군 제23보병사단에 따르면 해안 경계근무 중이던 한병호(22ㆍ사진) 상병은 지난 24일 오후 7시 15분쯤 양양군 낙산사 해수관음상 인근 야산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어 풀밭에 떨어지는 순간을 최초로 목격했다.
당시 양양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초속 8m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더구나 해가 진 상태라 소방헬기 출동도 어려웠다. 지난 2005년 4월5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동종(보물 제479호)이 불에 타 소실되고 경내가 화마에 상처를 입은 악몽이 재현될지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전신주에서 바짝 마른 풀밭으로 옮겨 붙은 불이 설악해수욕장 쪽으로 번지자 한 상병은 즉시 소초장인 이은철(26) 중위에게 보고해 신속한 진화인력 출동을 가능케 했다. 한 상병은 "큰 불로 다시 한번 귀중한 문화재와 국민들이 재산을 잃는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신속히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 상병과 이 중위의 신속한 조치로 현장에 펌프카 등 소방장비 10여 대와 300여 명이 긴급 출동, 화재발생 50여 분만인 이날 오후 8시 7분쯤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일찌감치 방어선을 구축해 낙산사 경내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사찰 반대 쪽인 바닷가 쪽으로 번져 3,000㎡ 가량을 태웠으나 경내에는 피해가 없었다"며 "해안경계 근무 중이던 초병과 소초장의 신속한 신고와 조치가 조기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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