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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월 26일] 담배소송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입력
2014.03.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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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기획재정부의 반대와 보건복지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강행할 모양이다. 소송규모가 무려 1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인터넷 상에는 담배소송을 찬성하는 글들로 메워지고 있다.

담배소송과 관련한 공론의 장에서는 이성적 토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5만 8,000명이며, 연간 1조7,000억원의 진료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자극적인 주장에 맞서 이견을 제기하기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수 비흡연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흡연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나쳐 보인다.

무엇보다도 사망과의 인과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장된 수치를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여론몰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소위 '빅데이터'라는 자료를 내세우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강행하려는 저의도 의심스럽다. 일각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사장의 정치적 의도' 혹은 '공단이 기득권을 집착하려는 이유' 등 다양한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흡연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가 한해 5만8,000여명이라는 통계수치의 신뢰성이 의문스럽다.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는 요인은 담배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술, 대기오염 등 다양하다. 담배가 폐암 발생의 여러 원인 중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흡연이 직접적으로 사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흡연 경력이 있는 폐암 사망자의 사망원인이 담배 때문이라는 설명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흡연으로 인한 진료손실비가 연간 1조7,000억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흡연 경험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이유는 모두 흡연 때문이라는 전제를 인정해야 만 성립할 수 있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담배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에 흡연관련 질병 치료비를 부담하게 할 경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민간보험과는 달리 개인의 질병위험성을 문제 삼지 않고 소득수준에 따라 균등한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은 '사회연대성' 원칙을 기반으로 한 공적보험으로 '실손 보전' 원칙으로 운영하는 민간보험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흡연자에게는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하게 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원칙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담배제조사의 비용부담은 본질적으로 흡연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흡연을 하는 국민은 질병에 관한 위험부담을 이유로 추가적으로 보험료를 더 지불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실질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의 공적보험 운영원칙을 깨자는 얘기와 다름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보다 본질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기관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고민하는 일은 결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몫이 아니다. 공단은 국민건강을 위해 보험료를 잘 운영관리하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정으로 흡연율을 낮추길 원한다면, 매년 지원되는 1조원의 건강증진기금을 당초의 취지에 맞게 쓰면 된다. 공단이 자신들의 빚잔치를 위해 공단기금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허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승산이 낮은 법정공방을 위해 예산을 재차 낭비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이성적이어야 할 이유는 많다. 바로 우리가 낸 세금이 누구의 배를 불리는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납세자의 시선도 그 중 하나이다.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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