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흔히 ‘세터 놀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터가 정확한 토스를 올리기 위해선 먼저 정확한 리시브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각 사령탑들은 리시브를 전담하는 윙 리시버(수비형 레프트)를 키우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올 시즌 삼성화재와 IBK기업은행이 남녀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까지는 윙 리시버 고준용(25ㆍ삼성화재)과 채선아(22ㆍ기업은행)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있었다. 고준용은 석진욱(은퇴)과 여오현(현대캐피탈)의 공백을 메우며 레오(24ㆍ쿠바)가 편하게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채선아도 서브 리시브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에 안정감을 불어 넣었다.
6시즌 연속 우승을 이끈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28일부터 열리는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이 기본기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단기전에선 전술적인 부분보다는 고준용이나 리베로 이강주(31)가 얼만큼 안정된 리시브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120% 해줬던 채선아가 큰 무대서 얼마나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고준용은 사실 재능에 비해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보였다. 신 감독은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기량을 보이던 고준용에 대해 “심장이 너무 작다”며 “연습 경기 정도만 해주면 될 텐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고준용은 가장 중요했던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에서 대반전을 이끌어 냈다. 안정된 서브 리시브(성공률 68%)에 상대 문성민까지 봉쇄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구단 관계자는 “이전까지 봤던 고준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했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고준용은 “나 때문에 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었다”며 “내가 뛰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까지 백업 옵션에서도 2번째 선수였던 채선아는 리시브 1위, 수비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윤혜숙(흥국생명)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코트 밖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주전 자리를 꿰찬 채선아는 노력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 정말 많이 혼나면서 수비 훈련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다”며 “통합 우승으로 결실을 맺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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