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를 집중 논의하면서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에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까지 네 차례 만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혀왔다.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비핵화를 강조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이후 회담에서는 압박수위가 강화된 북핵 불용 원칙을 재차 강조해왔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핵 문제에 관해 이견이 있지만 중국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대북공조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정상회담 직전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내는 성의를 보이며 한국이 원하는 대화 재개의 조건에 맞추려 애썼다.
이에 박 대통령도 "앞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 관련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대화에 응하겠다던 기존 입장에 비해 진전된 것이다.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는 북한의 선언이나 약속이 믿을 만하면 6자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중국은 대북 압박의 수위와 빈도를 높이고 한국은 비핵화 사전조치에 유연성을 보이면서 점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별도 브리핑을 통해 "조속히 6자 회담 재개를 이뤄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을 소개했다. 6자 회담을 서두르는 것보다 늦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담아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한중 양국의 방법론도 다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대화에 앞서 '한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간 노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미중 전략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 같은 3자 회담에 소극적이다. 그로 인해 한미중 전략대화는 지난해 7월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후속 회의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은 크림반도 사태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한국마저 한미일 정상회담에 응하면서 고립감이 커지고 있다"며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6자 회담 재개를 강조하지만 우리 정부가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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