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약값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폐지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대형병원들의 '약값 후려치기'를 근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란 병원이 고시가보다 싸게 약을 구매했을 경우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병원에 돌려주는 제도로, 약값 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대형병원의 횡포만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24일 제약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대안으로 '약품비 적정관리 장려금제'를 검토 중이다. 병원이 고시가보다 싸게 약을 구매했을 경우 전국 사용량 평균보다 사용량이 적은지, 저가약으로 대체하는 비율이 높은지 등을 따져 약값 차액의 10~40% 안팎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안이다. 복지부는 무조건 저가구매에만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과잉처방 등 잘못된 진료행태 개선과 연계되므로 시장형 실거래가제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여전히 근본적 개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성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전무는 "병원 입장에선 의사들의 처방권에 압력을 가하면서까지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저가약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약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저가납품 강요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부 교수는 "어떤 형태든 병원의 저가구매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존제도의 골격에 이름만 바꾼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부가 약값 차액의 3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을 가정해 '약품비 적정관리 장려금제'를 도입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간 842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중 저가구매로 인한 장려금이 528억원, 사용량 절감으로 인한 장려금이 314억원이었다. 특히 제약사에게 '슈퍼갑'인 대학병원의 경우 총 264억원의 장려금을 받는데 이중 90%인 239억원이 저가구매로 인한 장려금으로 추정됐다.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제도 도입의 근본 목적이 저가납품 근절이 아니라 약값 인하에 있으므로 정부 입장에서는 저가구매에 인센티브를 줘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약품비 적정관리 장려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달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 시행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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