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66)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출마 선언 계획을 밝힐 당시 연수 중이던 현직 판사를 대동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판사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길 안내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행보에 현직 판사를 대동한 김 전 총리나 민감한 시기에 이를 수락한 판사 모두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김 전 총리가 강연을 위해 스탠퍼드대를 방문했을 당시 이 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수원지법 조모(37ㆍ여) 판사가 길 안내를 위해 동행했다. 김 전 총리는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귀국 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판사에게 '길 안내'를 부탁한 사람은 법무법인 율촌 소속 변호사인 김 전 총리의 사위로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판사는 친하게 지내던 대학 선배의 부탁을 받고 길 안내만 맡았고 서울시장 출마 발언은 조 판사가 현장을 떠난 후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판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간 것이라 일각의 지적처럼 '수행'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대법관으로 근무했던 선배에 대한 예우를 보인 것 정도"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2008년 대법관을 지내다 임기 도중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권 독립 의무 등 법관의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떠나 조 판사의 처신은 현직 법관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은 조 판사가 당시 행사를 학술세미나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전 총리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인데다 안내를 부탁한 이가 김 전 총리의 사위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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