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역사는 세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국내 해적박사 1호로 알려진 김석균(49·사진) 해양경찰청장이 5,000년 해적 역사를 정리해 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고대 해양국가의 해적과 오늘날 소말리아 해적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해적의 역사를 인류의 해양 진출 역사라는 큰 틀에서 풀어나갔다.
김 청장은 책에서 "바다의 역사에는 해양으로 진출해 세계사를 주도한 승자들의 영광의 역사와 패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굴욕의 역사가 있다"며 "항해의 역사를 4,000년 내지 5,000년으로 추정한다면 해적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에는 로마대제국의 지중해 해적서부터 유럽의 바이킹, 국가로부터 적국의 상선을 약탈할 수 있는 면허를 받은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해적 등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해적들이 등장한다. 김 청장은 책에서 이성계가 고려 말 일본 왜구를 토벌하며 영웅으로 부상했기에 조선 건국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2011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은 추천글에서 "이 책은 해운과 해적의 역사를 시대별, 지역별로 분류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다"며 "해적에 관한 모든 의문점을 이 책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 청장이 본격적으로 해적에 대해 연구하게 된 것은 2004년 '아시아 해적 문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그의 논문은 국제해양법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저널인 ODIL(Ocean Development & International Law)에 4편이나 실리는 등 SSCI급 저널에 6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해적을 비롯한 해양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김 청장은 미국 듀크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동북아 해양문제를 연구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해경청에 재직하는 동안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틈틈이 메모하고 기록하면서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집대성한 책"이라며 "국민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바다에 관심을 갖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양경찰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책 출간을 계기로, 해적행위 수사와 관련된 적법절차 문제와 인신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적행위 처리에 관한 특별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는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등을 계기로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중인 해적 처리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마무리 돼 해적을 소탕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에서 근무하다 1997년 경정 특채로 해경이 된 뒤 지난해 3월 해경청장에 부임했다.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해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석사, 미국 인디아나 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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