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우크라이나 서쪽 경계에 위치한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티리아 자치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필립 브리드로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은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대규모의 군대를 배치시키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가로질러 서쪽에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크림반도와 정치적 상황이 유사하다.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ㆍ독립을 선언한 자치공화국이다. 친러 성향이 강한 트란니스트리아의 의회는 2006년 주민투표를 실시해 97%의 찬성으로 러시아 귀속을 결정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흑해함대처럼 구소련 시절 설치된 군사시설 보호를 이유로 1992년 이후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약 1,200명 규모의 군대를 배치해놓았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로 쳐들어가 약 320㎞ 떨어진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경우 우크라이나 면적의 3분의 1이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러시아군은 최근 도네츠크 인근 국경 지역에 약 2만명의 중무장한 군대를 주둔해놓았다.
또 러시아는 현재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 기지를 모두 접수한 상황이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23일 크림반도 페오도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끝으로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기지 198곳 모두에 러시아군의 깃발을 꼽았다"고 CNN방송에 밝혔다.
현재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와 도네츠크 등 동남부 지역에서는 러시아 편입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하리코프에서는 지난 15일 시위 과정에서 친러 성향의 시위자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하고자 한다면 그 명분은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병합을 강행할 경우 그 다음 목표는 발틱 3국(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트란니스트리아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병합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흑해로 나가는 전략적 지역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쪽에는 러시아가, 북쪽에는 친러 성향이 강한 벨라루스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발틱 3국까지 넘어오면 우크라이나는 주변국에 의해 완전히 고립되며 자연스레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발틱 3국에도 러시아인이 전체 인구의 30%에 이를 만큼 많이 거주하고 있고, 언제라도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의 병합을 시작으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크림반도-우크라이나-벨라루스-발틱 3국으로 이어지는 동유럽 재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소련 시절 서유럽과 대치하던 동유럽의 모습으로 곧 푸틴 대통령의 염원하는 '대제국 러시아'의 모습이다.
서방도 푸틴의 계획을 예상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미 발틱 국가에 러시아의 돌발 군사행동을 탐지할 정찰기를 띄웠고, 유럽연합(EU)은 몰도바와 내년에 체결해야 할 군사 협력협정 절차를 서둘러 앞당기기로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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