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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월 25일] '김철수' 공동대표께

입력
2014.03.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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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 짓느라 많이들 바쁘시죠? 각설하고 두 가지 질문하고자 편지 냅니다. 4ㆍ19와 5ㆍ18이 '쇼윈도 진열상품'입니까? 헌법 전문만 들춰도 4ㆍ19와 5ㆍ18의 역사적 의미는 바로 알 수 있는데 뭣 때문에 그런 소란을 피웠는지 이해 안갑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들이 이룩해온 역사적 성과와 정통성, 공동선(善)의 최소공약수를 담는 그릇 아닙니까? 동의하신다면 "대변인의 성급한 발표였다"거나, "논의도 마치기 전에 언론이 융단폭격했다"고 볼메지 마십시오. "일일이 나열해서 이념논쟁 재연될까봐 빼려 했다"는 변명, 근본을 의심받아 마땅했습니다. 정강정책에서 4ㆍ19나 5ㆍ18을 빼면 중도지대 유권자 끌어올 수 있고, 넣을 경우 표 달아날 거라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몰역사적이자 단선적 시대인식입니다. 4ㆍ19나 5ㆍ18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오늘, 여기'를 규정하고 있는 '체화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을 필두로 연달아 터진 비극적 자살, 아니 '사회-경제적 타살사건'들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후보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최근 발표 보셨지요? 작년 4분기 민생지수가 2002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치로 나왔답니다. 그 판국에 4ㆍ19, 5ㆍ18 넣느냐 빼느냐로 입씨름들을 했습니다. 누구나 다 냈던 '애도 조문' 말고, 선제적 정책대안을 내놨어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이 '난국 탈출용 가건물'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야 했습니다. 합치기 전의 각자 지지율 보다도 밑도는 새정련 지지율, 왜 그럴까요?

기초단체무공천도 재론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공약을 대놓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새누리당, '거짓 정권' 맞습니다. 규탄, 당연합니다만 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정권 획득하겠다"는 정당의 태도가 아닙니다. 정당공천 여부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선언이 아니라 법 개정 사항입니다. 새누리당 동의 없이 새정련 단독으로 법 개정이 가능합니까? 결혼상대가 변심해서 파혼 하고 줄행랑 쳐버렸는데도 결혼하겠다며 식장에 혼자 서있는 형국입니다. 홀로 남아 결혼식장 지키면 하객들이 감동할까요? 일부는 "떠난 사람 잊으라"며 토닥여 줄지 모르지만, 부줏돈은 안 낼 겁니다. 어려울수록 민주의 원칙으로 돌아가 당원들에게 물으십시오. "사기결혼 당할 뻔했다. 어떻게 해야겠느냐?" 정당공천폐지로 당론 정할 때 민주당이나 새정추 혼자서라도 폐지하자는 게 아니고, 다 그렇게 하자는 전제였습니다. 전제가 사라졌습니다. 곧 치를 새정련 창당대회 때 물으십시오. 당원들이 "명분 지키기 위해 희생을 택하자"고 하면 그때는 옥쇄하십시오. 그게 당내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신당이 내건 '새 정치'에도 부합할 겁니다. "고뇌에 찬 결단으로 새 집 짓는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주춧돌 놓기도 전에 굄돌 빠져버리는 부실공사는 막는 게 도리 아닐까요?

6월 4일, 유권자들은 무려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한 쪽은 '알기 쉽고 보기 쉬운' 기호 1번이고, 새정련 후보들은 무소속이니 빨라야 5번, 심할 경우 10번 전후의 기호를 받습니다. 투표용지 7장 받아든 유권자들이 출마자 수십 명의 이름과 정치성향을 기억해줄 거라 기대하는 건 설마 아니시죠? 두 분과 같이 찍은 사진으로 구분하게 한다고요? 그런 사진, 너도 나도 다 찍었습니다. 개인이나 정당이나 정체성은 목숨입니다. DJ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감각'을 기억하실 겁니다. 두 분은 윤리학 교수가 아니라, 저잣거리에서 표를 구하러 다니는 상인입니다. 새정련 편들려고 하는 말 아닙니다. 동일한 룰로 경쟁하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민주는 두 분의 용단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합의로 이룩되는 것입니다. "선거는 최선을 고르는 게 아니라 차악으로 최악을 물리치는 것"이라는 정치학의 금언으로, 불편하셨을 이 편지 맺습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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