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로 예열을 가한 2014시즌 프로야구가 29일 잠실(두산-LG) 등 4개 구장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 당 133경기 6개월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9개 구단 사령탑은 2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저마다 '가을 잔치'를 향한 야심을 드러냈다.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부터 다크호스로 지목된 막내 NC까지 겨우내 갈고 닦은 전력이 시범경기를 통해 밑그림을 드러냈다. 본보는 각 팀의 전력을 타격, 마운드, 벤치로 나눠 상중하로 점검해 본다.
'화수분'두산 베테랑 공백 없다
▲타격
톱타자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이 빠져 나갔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들이 동시에 떠났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민병헌이 1번 자리를 맡고 김재호가 손시헌의 공백을 책임진다. 둘 모두 지난해 3할 타율을 넘겨 올해도 변함 없는 활약이 예상된다. 클린업 트리오는 김현수-칸투-홍성흔 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0홈런 이상을 때린 칸투의 장타 능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은 홈런이 적었다. 올시즌엔 그 반대가 될 것이다"며 기대 섞인 전망을 했다.
▲마운드
확실한 4명의 선발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롯데, KIA, NC 등과 견줄 만 하다. 1선발은 '효자 용병' 니퍼트. 29일 잠실에서 열리는 LG와의 개막전에 출격한다. 2선발은 노경은, 3선발 유희관, 4선발은 새롭게 가세한 볼스테드다. 4명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능력이 있다. 베테랑 정재훈, 윤명준, 홍상삼, 오현택은 불펜에서 대기한다. 군에서 제대한 이현승과 정대현은 왼손 불펜 자원이다. 변수는 마무리 이용찬의 몸 상태다. 수술 받은 오른 팔꿈치가 관건이다. 이용찬은 6차례의 시범경기에서 6.00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지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벤치
송일수 감독의 야구 색깔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몇 차례 시범 경기를 통해 드러났을 뿐, 여전히 안개속이다. 일단 작년과 같은 플래툰 시스템(상대투수에 따라 타순을 조절하는 것)은 가동하지 않을 전망이다. 송 감독은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주전들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수비, 주루 실수를 없애자는 것이다. 송 감독은 또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 등 발 빠른 선수들을 활용한 기동력의 야구, 데이터를 활용한 작전 야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11년 만의 PS LG, 이젠 20년 만의 정상 도전
▲타격
스위치히터 조시 벨이 합류한 타선의 균형은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데뷔 첫 풀타임 톱타자로 나설 박용택과 1루로 자리를 옮긴 정성훈이 새로운 테이블세터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진영-벨-이병규(9번)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타 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베테랑 스타플레이어로 구성된 상위 타순에 비해 하위 타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지만 김기태 감독의 이런 고민을 정의윤이 해결해줬다. 정의윤은 시범경기에서 타율(0.429), 홈런(4개), 타점(10개), 장타율(0.893)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용근과 군에서 제대한 백창수 등도 내ㆍ외야 유틸리티맨으로 활용도가 높다.
▲마운드
김 감독은 2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격적인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지난해까지 '옆집'두산에 몸 담았다가 방출을 자청한 김선우다. 방출된 선수가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상대 팀은 친정 두산이어서 흥미롭다. 에이스인 레다메스 리즈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류제국과 신정락, 우규민 등 토종 삼총사가 건재하고 새 외국인투수 리오단도 시범경기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김선우는 5선발 요원이다. 마무리 봉중근과 셋업맨 이동현이 이끄는 자타공인 최강 불펜도 자신감이 넘친다.
▲벤치
지난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LG 팬들의 숙원을 푼 김 감독은 "올해는 팬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는 올 시즌 전력도 지난해 못지 않다. 여기에 1년간의 경험이 더해졌다. LG 부임과 함께 '형님 리더십'으로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을 절묘하게 아울렀던 김 감독은 올해도 '소통'과 팀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넥센, 창단 첫 4강 넘어 우승까지 정조준
▲타격
1번부터 8번까지 쉬어갈 타선이 없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넥센은 지난 시즌 팀 홈런 125개를 쏘아 올려 9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포를 터트렸다. 4번 타자 박병호가 건재하고 뒤를 받치는 강정호와 김민성, 이성열 또한 한 방을 갖췄다. 새 얼굴의 장타력도 기대를 모은다. 장민석과의 1대1트레이드로 두산에서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윤석민은 풀타임만 뛰면 두 자릿수 홈런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시즌 후반부터 두산의 4번 타자로 홈런 10개를 쳤던 윤석민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2개의 아치를 그렸다. 비니 로티노는 거포보다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지만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을 감안할 때 10개 이상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마운드
선발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는 토종 선발이다. '원투 펀치' 밴헤켄과 나이트는 기복 없는 피칭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준다는 믿음이 있지만 오재영-문성현-강윤구는 물음표가 붙는다. 염경엽 감독은 "오재영과 문성현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선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쌓았고, 강윤구는 기복이 있지만 캠프 기간 동안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발만 버티면 '뒷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난 시즌 각각 구원왕과 홀드왕을 차지한 손승락, 한현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영건' 조상우도 시범경기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벤치
지난해 창단 첫 4강 진출을 이끈 염 감독은 "4강 그 이상의 단계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이가 컸던 2013년과 달리 올해는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가용 자원이 많아진 만큼 '작전 야구'에 능통한 염 감독의 수는 더욱 다양해졌다. 초보 딱지를 뗀 염 감독은 한층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치밀한 작전 야구로 또 한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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