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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혹시 모를' 보궐선거 준비할 박 시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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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혹시 모를' 보궐선거 준비할 박 시장께

입력
2014.03.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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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사회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기 위해' 시장 직을 던진(한국일보 22일자 1면 보도) 당신 때문입니다.

직접 듣지 않아도 귀가 간지러웠겠지만 혼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니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을 예측해 시장 직을 던질 수 있나", "시장 출마한 국회의원 두 사람 중 한 명과 짠 게 아냐", "보궐선거를 만들려면 이번 지방선거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겠지"는 등의 구설입니다. 다 당신이 자초한 얘기입니다.

사임 기자회견에서 당신이 밝힌 "저의 조기사임에 대해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는 말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일 겁니다.

"울산을 위해 '더 큰일'을 하고 싶다"는 조기사임 명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대통령 후보군인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집권당 원내대표로 거론되기도 한 4선의 정갑윤 의원이 울산시장 도전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었을 정도인 민선시장 직의 무게가 3개월 임기를 다 채우지 않아도 될 만큼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이제 60대 초반인 3선의 민선시장이 임기를 잘 마치고 쉬고 있다면 나중에 "그 좋은 경력 썩히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해 더 뛰어달라"고 시민들이 나서 총선 출마에 등을 떠밀었을 겁니다. 당연 '혹시 있을지 모를' 보선에 나가기 위해 군색한 변을 밝히지 않았어도 됐었겠죠.

개인적으로 고민은 많았을 겁니다. 욕을 먹고 조기사임 하느냐, 임기를 채우고 차기 총선을 노리느냐에 대한 고민이었을 겁니다.

지역사회 후배이기도 한 기자는 정말 이러길 바랐습니다. 12년 만에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7월 1일, 아내와 함께 손수 승용차를 몰아 그 동안 숱한 행사를 위해 찾아 다녔을 지역 복지시설 한 곳을 소문 없이 방문해 설거지나 청소봉사를 하는 풍경 말입니다. 카메라를 위해 일부러 웃음을 지어 보일 불편함도 없겠죠. 그러곤 그날 저녁엔 학창시절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모아 "그간 일이 바빠 안부도 챙기지 못한걸 용서하시게"라고 사과하는 풍경 말입니다. 이랬으면 '반드시 있을' 2016년 4ㆍ13 제20대 총선에선 시민들이 잊지 않고 당신을 불러줄 텐데 말입니다. 관운이 넘쳐 10년 넘게 잡은 권력을 내려놓으며 이런 작은 감동 하나쯤은 시민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자는 기대했습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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