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전국적으로 관찰된 대형 별똥별 사건과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으로 인해 전국적인 운석 열풍이 일고 있다. 이렇게 진주 운석에 높은 관심이 쏠리게 된 이유는 운석이 가지는 과학적 의미보다는 그 가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운석의 가치는 얼마나 될 것일까? 일단 운석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의 양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운석을 연구하는 학자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996년에 조사된 자료를 기준으로 영국왕립학회에 보고된 자료의 의하면 매년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의 양은 10g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개수로는 1만 8,000개에서 8만4,000개, 무게로는 2.9톤에서 7.3톤 정도라고 한다. 그 중 90% 이상이 진주에서 발견된 것과 같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석질운석이다. 따라서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운석이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진주 운석의 희귀성도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석이 거래되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도 일반적인 석질운석의 가격은 1g당 1달러 내외에서 많게는 4~5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이 운석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돌 운석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발견된 최대 크기의 운석이라는 것 이외에도 많은 국민들이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해 유명해진 운석이라는 점 때문이다. 진주 운석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운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그 가격은 충분히 높게 매겨질 수 있다.
뒤늦게 문화재청이 나서서 이 운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을 검토한다고 한다. 운석의 소유권과 문화재 지정 여부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우리나라 민법에는 주인 없는 물건은 발견자가 소유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252조). 다만 학술이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물건에 대해서는 국가가 소유권을 갖고 발견자에게 적당한 보상을 해주게 되어 있다(민법 255조).
정부는 운석이 발견되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들은 진주 운석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였고, 운석의 소유권은 발견자가 갖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운석을 정부가 가져간다면 그 혼란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07년 캐나다에서 있었다. 당시 짐 브룩이라는 캐나다인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850g짜리 운석의 국외 반출 승인을 신청하였다. 이 운석은 2000년에 발견된 것으로 당시 캐나다의 북서부 지역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진 운석 중의 하나였다. 이 운석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성분 중에 태양계 탄생 이전에 만들어진 유기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법률상 호수에서 발견된 이 운석의 소유권이 발견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중요한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외 반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유재산과 문화재 보존에서 고민하던 캐나다의 문화재 반출 검토위원회는 6개월의 시간을 주고 정부 기관이 이 운석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미국 반출을 허용하도록 최종 판결하였다. 캐나다 우주협회와 대학교, 박물관 등이 모금에 동참했고, 결국 연방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75만 달러의 기금이 모아졌다. 현재 이 운석은 앨버타 대학과 왕립온타리오박물관에 나누어져 전시 연구되고 있다.
캐나다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대 크기의 진주운석을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다. 다만 그 발견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반대 여론으로 인한 혼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비록 로또 정도의 가격은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대우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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