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좌파성향의 집권 사회당(PS)은 중간평가 성격의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율 획득 실패는 물론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도 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난으로 지친 유럽사회 전역에 파고든 극우 정치세력이 프랑스뿐 아니라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약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4,450만 명의 유권자가 전국 3만6,000여개 선거구 시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전선은 7%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8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0.9%였던 국민전선이 그새 7배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후보자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시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낸 정당들 가운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나온 지역구는 당선이 확정되지만, 그러지 못한 지역구는 10% 이상 득표한 정당들만 2차 결선투표(30일)를 갖는다.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사무총장인 스티브 브리와가 프랑스 북부 에낭 보몽에서 50%를 얻어 1차 투표에서 시장으로 확정된 것을 비롯해 아비뇽 등의 주요 도시에서도 선두를 기록했다. 569개 선거구에 후보를 낸 국민전선은 1972년 창당 이후 가장 많은 10∼15명의 시장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집권당인 사회당을 포함한 좌파연합은 여론조사기관 BVA의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득표율이 43%를 기록해 48%를 얻은 대중운동연합 등 우파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인 파리시장 선거 1차 투표에서도 대중운동연합의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 후보(35.2%)가 사회당의 안 이달고 현 파리 부시장(34%)을 앞설 것으로 여론조사기관 IPSOS는 분석했다. 1차 투표는 뒤졌지만 더 많은 파리 시의원의 지지로 이달고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분석에 따라 사회당이 파리시장을 가까스로 유지하더라도 생테티엔느, 아미앵, 랭스, 포 등에서 시장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AFP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64.1%로 지난 40년 만에 가장 낮았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긴축재정 등에 반감이 커진 프랑스 사회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선거결과를 해석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독일 등이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는 등 최근 유럽의 우파 쏠림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독립당 등 중도우파 연합은 과반득표로 2009년 좌파 연정에 내줬던 정권을 되찾았고, 노르웨이도 8년간의 좌파 연립정부 집권을 끝내고 지난해 9월 우파 정부가 들어섰다. 또 지난해 9월 독일 총선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 연합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유럽통합과 이민반대 등을 앞세운 극우 정치세력이 5월 22~25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감세 등의 당근을 앞세워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국민전선과 네덜란드 자유당은 유럽통합 반대를 목적으로 유럽의회 선거부터 공동전선을 펼칠 것을 발표했다"며 "이탈리아 북부동맹과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도 합류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5년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전역에서 751석을 인구 비례로 배분해 치러진다. 당선 의원들은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정치성향 등에 따라 교섭단체와 같은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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