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간판 가드 양동근(33)은 입버릇처럼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로 몸을 낮춘다. 한때 자신을 상징했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근성은 옛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막상 코트를 밟으면 10년 전 신인 시절 그 모습 그대로다.
양동근은 23일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세월도 빗겨간 경기 지배력을 뽐냈다. 자신보다 키가 17㎝나 더 큰 박승리(24ㆍ198㎝)가 길을 막아서도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지역 방어를 깼다. 또 후반 들어 상대가 전면 강압 수비를 펼칠 때도 능수능란하게 공을 운반했다.
양동근은 수비에서도 SK 공격의 핵심인 김선형(26)을 꽁꽁 틀어막았다. 돌파를 할 때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선형이었지만 양동근은 사이드 스텝으로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양동근에게 막힌 김선형은 단 3점에 그치는 치욕을 겪었다.
베테랑다운 여유가 단기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양동근은 “박승리가 날 막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지만, 누가 막든지 평소 연습했던 대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의 전면 압박 수비는 비시즌 때부터 대비책을 준비했었고, 김선형에 대한 수비는 오른쪽 루트를 통해 공격을 많이 시도하기 때문에 그쪽을 특별히 신경 써서 막았다. 상대가 잘 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시키고, 답답해 함을 느끼게 해도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올 시즌 강행군을 했다. 비 시즌 동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두 달간 대표팀에 몸 담았고, 이후에는 소속팀으로 돌아와 프로-아마 최강전에 나갔다. 그리고 쉴 틈 없이 팀 전지훈련을 떠났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양동근일지라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전지훈련 중에 발목을 다쳤고, 시즌 도중에는 발 뒤꿈치 부상으로 3주 가량 쉬었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긴 부상 공백이다.
그래도 양동근은 한결 같았다. 힘든 내색 없이 부지런히 코트를 누벼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단기전에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세 차례나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동근은 “이제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체력에 어려움이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빨리 4강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충분히 쉰 다음 챔프전을 치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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