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형 가전업체 발뮤다는 가전업계의 애플로 통한다. 혁신적 디자인과 기능으로 만드는 제품마다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지난해 국내 출시한 세계 특허의 이중 날개 선풍기 '그린팬'은 49만9,000원의 고가인데도 나오자마자 매진됐다. 최근 선보인 미세먼지를 잡는 공기청정기 '에어엔진'도 백화점과 인터넷 등에서 예약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나 화제가 됐다.
이처럼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발뮤다의 테라오 겐(41ㆍ사진) 사장이 23일 한국을 다녀갔다. 발뮤다 창립 11주년을 맞아 독특한 제품들을 국내에 내놓기 위해서다.
테라오 사장은 제품 만큼 특이한 인물이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빠져 고교 2학년 때 중퇴하고 소설의 무대인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미국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영향으로 기타를 잡고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그러나 후원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수 데뷔가 좌절된 뒤 우연히 네델란드 디자인 잡지를 보고 제품 디자인에 눈을 떴다.
그때부터 테라오 사장은 컴퓨터를 이용한 제품디자인을 독학하고, 제품 소재나 가공방법을 알기 위해 각종 제조공장을 돌며 공부했다. 이렇게 준비한 끝에 2003년 발뮤다를 설립했고, 애플의 노트북 받침대와 5만 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조명기구 등을 선보였다.
테라오 사장은 2008년 리먼 쇼크로 시작된 전세계적 금융 위기를 겪으며 '정말로 필요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절감하고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이 같은 기업철학을 가장 잘 녹여낸 제품이 2010년 나온 세계 특허 선풍기 '그린팬'이다. 이 제품은 안쪽과 바깥쪽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린 날개가 2개의 돌개바람을 형성하며 벽에 부딪친 자연바람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날개 하나로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인 것이다.
지난해 나온 에어엔진도 다른 공기청정기와 달리 공기흡입구와 배출구를 분리한 아이디어로, 더러운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한 뒤 제트엔진처럼 빠르게 분사한다. 다음달 국내에 한정 판매 예정인 가습기 '레인'은 물항아리를 보고 개발한 제품으로, 컵 속의 물이 자연스럽게 증발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테라오 사장이 직접 디자인에 참가했다. 그가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것은 문화다. 그는 "제품의 절반은 기술로 만들지만 나머지 절반은 소비자들의 문화로 채워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도예문화는 수백 년전 한국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덕분에 아버지가 도예가가 됐고, 한국 문화에서 많은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튀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문화가 스며든 편안한 디자인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모토"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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