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에서 유기농 고추, 토마토를 재배ㆍ유통하는 예비사회적기업 '흙살림 푸드'를 운영하는 이태근(56) 회장은 지난해 가을 서울의 한 학교에 학교 급식용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21일 "2005년부터 사업을 했지만 물류 유통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어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러나 LG전자에서 온 과외 선생님들 덕분에 시스템을 만들었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었다" 말했다.
이 회장이 4명의 과외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LG전자의 친환경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된 이후 구미공장의 김영우 기정(현장 경력 15년 이상) 등 기술 명장이 생산성 향상 컨설팅을 위해 찾아왔다.
이 회장은 처음 컨설팅 받던 날을 떠올리며 "농사도 모르는 대기업 사람들이 한 두 차례 강의만 하고 끝낼 거라 생각했다"며 "6개월 동안 매주 1번 이상 찾아오고 다른 공장까지 같이 가 물류 시스템을 공부하고 시스템을 갖추도록 꼼꼼하게 도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의 정성스런 교육의 결과로 흙살림은 컨베이어 벨트도 설치하고 입출고 등 생산 현장의 시스템이 갖추게 됐다. 김 기정은 "처음에는 사무실 직원들까지도 내려와 일을 도와야 할 정도로 어수선했지만 체계가 생긴 이후 생산성이 5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연 매출은 2012년 50억원에서 지난해 8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직원들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분명히 알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은 이렇듯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해결책(Sustainable Solution)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3년 동안 총 6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분야의 예비 사회적 기업들을 뽑아 ▦재정 ▦경영자 교육 ▦판로개척 ▦생산성 향상 등을 중점 지원했다.
초경량 고밀도 나일론 소재로 실내 보온막 텐트를 만드는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는 세계 에너지 빈곤 가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2012년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김 대표의 어머니가 추운 겨울 제대로 덮지 않고 잠자는 조카들을 위해 직접 만들었던 모기장 모양의 텐트에서 가져왔다. 이불을 덮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하게 자는 조카들을 보고 추위를 견디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하지만 제조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 힘든 시기를 보냈고, 재고는 늘어만 갔다. 그러다 지난해 LG전자의 예비 사회적 기업에 뽑힌 후 김 대표는 LG전자의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는 "한 번에 던져서 펴지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힘이 부족한 어르신들은 접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었다며 "연구팀에서 쉽게 답을 찾지 못했는데 LG전자 전문가들과 상의하면서 좀 더 둥글게 만드는 식으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마케팅에 대한 지식도 큰 도움이 됐고, 에티오피아에서 근무했던 직원으로부터 아프리카 현지 상황을 상세히 전해 듣고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1억원의 연구 개발비로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열매로 맺어 더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맘은 LG전자의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을 받은 후 매출이 1년 만에 8배이상 성장했다. 한국사회적 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소셜벤처 경연대회' 글로벌 부문에서 대상도 탔다.
LG전자는 해외 친환경경영 혁신 사례를 학습하고 기업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해외 사회적 기업 탐방' 등도 기업들로부터 자생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외 연수는 해외 사업장 탐방을 통한 친환경 혁신 사례학습, 사업 아이템 발굴, 네트워크 강화 등을 목적으로 꾸려진다.
'강화꿈작목반 영농조합법인'의 장석홍 이사도 강화약쑥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며 몇 년 동안 사무실에만 박혀 있었다. 옆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마땅한 설비도 없이 일하며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LG전자의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뽑혀 지난해 태국으로 해외 연수에 참석하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태국 현지에서 친환경분야의 혁신 노하우를 직접 배워 사업 방향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었다"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강화꿈작목반 영농조합법인은 LG전자의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을 받아 여러 형태의 약쑥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설비를 들여 놓았다. 그 후 매출은 1년만에 약 8배 가까이 성장했다.
LG전자는 13일 사회적 기업 지원 3개년 성과에 대한 내부 보고회를 진행해 성공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했다. 또 예비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기간 동안의 목표 달성도, 고용 및 매출액 성장도, 프로그램 참여도 등을 감안하여 총 4개 기업을 '우수 친환경 사회적 기업'으로 뽑아 수상했다. 이 내용은 책자로 만들 예정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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