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3일 "남북관계 회복에 난제였던 금강산 사건, 연평도 사건, 천안함 사건에서 희생된 모든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의 표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쟁과 그를 전후한 남북간 충돌에서 희생된 모든 이를 함께 추모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통진당이 그 동안 천안함 피격사건을 비롯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거나 북한 관련성을 부인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 대표는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판단에 대해 "북한의 직접 반론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거나 "북한이 아니면 누가 했겠느냐는 것은 정황이나 심증에 불과하다"며 그간 희생장병 추모식에도 불참했었다.
통진당은 이 대표의 발언이 대북 기조변화 움직임으로 읽히는 것에 대해 확대 해석이라며 경계하고 나섰다. 홍성규 대변인은 "분단 때문에 빚어진 안타까운 죽음이었던 것도 사실이므로 이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 책임론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전과는 크게 다른 어조여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통일 대박' 2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진당이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며 정치적 발언권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한반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는 종전선언 의지 표명과 이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 제의"라며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등의 성과를 내기 위해 5ㆍ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관광과 민간 차원의 남북교역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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