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인권보고서는 한국 부분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 문제를 다루고 법적, 사회적 편견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보고서는 '한국의 성적 취향과 성적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학대와 폭력행위'란 항목에서 한국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헌법의 평등권 조항과 법률이 동성애 차별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성적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의 구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않고, 정부가 고용시 동성애자 차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 법률이 동성애자에게 차별ㆍ폭력을 가한 피의자에 대한 처벌 규정, 피해자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는 점도 비판했다.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한국에서 최근 동성애자 폭력사건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동성애자 또는 관련 단체들은 여전히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서 동성애단체 맵레인보우연합이 동성애 관련 깃발을 내거는 것이 불허됐다. 학부모, 종교단체들이 이를 반대하는 청원을 강하게 제기한 때문이다. 특히 한국 군대가 영내 동성애 행위를 법으로 금지, 지난해 상반기에만 13명의 동성애자가 10~15일 동안 영창에 구금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인권보고서는 또 동성애 단체들이 한국 사회의 반대분위기로 인해 활동이 위축돼 있으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한 연예인은 그로 인해 방송출연이 중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들이 고교 교과서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즉각 수정을 요구한 것도 인권보고서는 인용했다. 문제의 교과서 내용은 성적 소수자도 정상인으로 대우받아야 하고, 그에 대한 차별은 인권에 반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보고서는 이마저도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 한국에서 동성애 문제가 논의 초기 단계인 찬반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했다. 인권보고서는 동성애자와 함께 사회적 폭력ㆍ차별을 받는 소수자로 에이즈 환자를 거론하고, 한국에서 외국인 영어교사가 되려면 한국계를 제외한 외국계는 에이즈 음성반응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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